[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전 세계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히알루론산(HA) 필러의 고질적인 독성 논란을 종식할 혁신적인 기술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단기간에 볼륨을 채우고 주름을 개선하는 '효능' 중심의 과거 경쟁에서 벗어나, 체내 잔류 화학물질을 극한으로 통제하는 '안전성'을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립하는 모습이다.
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휴젤과 휴젤의 자회사 아크로스는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 중인 7개 글로벌 제조사의 상용 HA 필러 38종을 대상으로 잔류 화학물질을 정밀 분석해 자사 제품의 '유리 BDPE' 함량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DDE' 가수분해 산물 '유리 BDPE' … 독성 우려에도 관리 사각지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대부분의 HA 필러는 체내에서 형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BDDE'라는 화학적 가교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미반응 상태의 BDDE는 생체 내에서 비특이적 알킬화 반응을 일으켜 세포 독성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규제 당국은 이를 2ppm 이하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문제는 가교 반응 과정에서 BDDE가 가수분해되며 생성되는 부산물인 유리 상태의 BDPE다. BDPE는 화학 구조적으로 접촉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는 폴리올 화합물인 프로필렌 글리콜과 높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체내 유입 시 면역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 휴젤과 아크로스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예측 모델(In silico)을 이용해 분석을 진행한 결과, BDPE는 피부 감작성(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양성 물질로 분류됐다. 특히 피부 섬유아세포를 대상으로 한 세포 독성 시험에서는 100~480ppm 농도 노출 시 세포막 손상과 형태적 변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BDDE와 달리 BDPE는 명확한 규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이에 휴젤과 아크로스 연구진은 현재 시판되는 주요 HA 필러들의 유리 BDPE 함량을 정량화하고 잠재적인 안전성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포괄적인 분석 및 안전성 평가를 수행했다.
글로벌 제품도 수백 ppm 훌쩍 … 휴젤, 독자 'MPC 기술'로 BDPE 정밀 제
회사 측이 LC-MS/MS 방법을 이용해 잔류 BDDE와 유리 BDPE를 정량 분석한 결과, HA 필러의 가교제로서 그동안 독성 우려가 제기됐던 BDDE의 잔류량은 38종 전 제품에서 검출 한계인 2ppm 이하로 나타났다.
그러나, BDDE의 가수분해 산물인 유리 BDPE의 잔류량은 제품별로 1000배 이상의 극단적인 농도 격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미국 FDA 승인 제품군 중에는 유리 BDPE 함량이 100ppm을 가볍게 상회해 최대 645.5ppm에 달하는 제품도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제품들 중 유리 BDPE 잔류량이 가장 적은 제품도 그 농도가 최소 10ppm을 웃돌았다.
이와 달리 '채움'과 '리볼렉스' 등 휴젤의 HA 필러 제품군은 BDPE 잔류량이 2.5ppm 이하로 완벽히 통제됐다. 일부 제품에서는 BDPE 잔류량이 검출 한계 미만(N.D.)으로 나타나며 글로벌 경쟁 제품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정제력을 선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휴젤과 아크로스의 독자적인 다중 정제 가교(Multi Purified Crosslinking, MPC) 기술이 적용된 결과로 풀이된다. MPC 기술은 HA필러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된 제조 공법이다.
구체적인 기술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밀한 투석 및 강제 용출 공정을 고도화해 하이드로겔 내부에 갇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유리 BDPE를 집요하게 세척해내는 공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MPC 기술이 적용된 휴젤의 필러 제품들은 시판 중인 비교 제품군과 비교해 독보적으로 낮은 BDPE 잔류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수준을 뛰어넘는 안전성을 입증했다.
메디톡스, 천연 대사물질 배출 GDE 신기술 확보 … 차세대 가교제 등장 기대
휴젤의 경쟁 기업인 메디톡스도 '글리세롤 디글리시딜 에테르(Glycerol Diglycidyl Ether, 이하 GDE)' 기반의 새로운 폴리뉴클레오티드 가교체(GDE-cPN) 신기술을 개발해 BDDE와 그 가수분해 산물인 BDPE로 인한 독성 우려를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체내에서 유해한 부산물을 남길 위험이 있는 BDDE와 달리, 메디톡스가 새롭게 채택한 GDE는 체내 대식세포와 효소에 의해 에테르 결합이 분해된 후 오직 순수한 천연 대사물질인 '글리세롤'만 배출한다.
글리세롤은 인체의 대사 과정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천연 물질로, 면역 거부 반응 없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안전하게 배출되는 것은 물론 분해 과정에서 주변 피부 조직에 수분을 공급하는 2차적인 보습 효과까지 제공한다.
여기에 메디톡스는 연어 정소 추출 재생 물질인 폴리뉴클레오티드(PN)에 GDE 가교제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탄성 감소제'를 투입해 가교도가 높아질 때 피부 속에서 단단하게 뭉치는, 이른바 '럼프(Lump)' 부작용까지 해결해 냈다.
이 기술이 적용된 하이드로겔은 체내 주입 시 뭉치지 않고 조직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주면서도 우수한 지속성을 갖추게 된다.
깐깐해지는 글로벌 규제 … 가교제 안전성 무기로 패권 경쟁
휴젤과 메디톡스가 이끄는 이 같은 선도적인 불순물 제어 및 신소재 가교 기술은 급격히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의료기기 규제 흐름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새롭게 시행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의 의료기기 규정(EU MDR)은 인체 이식형 생체 재료에 대한 임상 안전성 및 화학 용출물 통제 등을 강화하고 있어, 국산 필러의 선제적인 가교제 기술 확보는 향후 커다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진과 환자들 역시 제품의 즉각적인 미용 효과만큼이나 잠재적 부작용 발생 빈도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제조 공정에 기반한 '차세대 안전성 표준'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가교제 독성 논란 해소라는 HA 필러 시장의 과제를 앞장서서 돌파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에스테틱 시장의 새로운 안전성 표준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