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는 29일부터 임상시험·연구개발 등 비상업적 용도로 반입되는 일정 범위의 의약품과 관련 성분에 0% 관세를 적용한다. 한국은 ADC·세포·유전자치료제 등 특수의약품의 무관세 적용이 가능한 적격국에도 포함됐다. [이미지=OpenAI 생성][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미국 정부가 오는 29일부터 임상시험과 연구개발(R&D) 등 비상업적 용도로 반입되는 일정 범위의 의약품과 관련 성분에 별도의 0% 관세 코드를 적용한다. 특정 특허 의약품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새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상업 판매가 아닌 신약 개발용 의약품과 관련 원료에 별도의 무관세 통로를 열어둔 것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23일 연방관보에 게재한 의약품 관세 시행 지침을 본지가 확인한 결과, 미국 통합관세표(HTSUS)에 '9903.04.70' 항목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 항목은 임상시험과 연구개발 또는 기타 비상업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대상 의약품과 관련 성분에 0%의 추가 관세율을 적용한다. 새 분류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는 29일 오전 0시 1분 이후 수입되거나 보세창고에서 반출되는 물품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면서 보내는 시험용 의약품이나 개발용 원료의 관세 부담과도 직접 연결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3일 연방관보를 통해 특수의약품과 관련 성분의 0% 관세 적용 절차와 미국 통합관세표(HTSUS) 기술적 수정안을 공고했다. [자료=미국 연방관보 캡처]완제뿐 아니라 API·핵심 출발물질도 포함
BIS는 이번 공고에서 관세 적용을 위한 '의약품(pharmaceutical articles)'의 범위도 보다 구체적으로 정했다.
대상은 완제의약품과 활성의약품성분(API), 완제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API의 핵심 출발물질이다. 반면 비활성 성분과 부형제는 이번 의약품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상시험이나 연구개발만을 목적으로 미국에 반입하는 완제 후보물질뿐 아니라 해당 범위에 속하는 API와 핵심 출발물질도 9903.04.70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업 판매용 의약품과 개발용 물량을 관세 분류 단계부터 구분하도록 한 셈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대통령 포고문 제11020호를 통해 특정 특허 의약품과 관련 원료에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일부 기업은 지난 7월 31일부터 적용받았으며 그 외 기업에는 오는 2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및 관련 성분은 현재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의약품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ADC·세포유전자치료제 등도 0%…한국 적격국 포함
상업용 의약품 가운데서도 일부 특수 의약품은 0% 관세를 적용받는다.
BIS가 확정한 대상은 ▲모든 승인 적응증이 희귀질환인 의약품 ▲핵의학 의약품 ▲혈장 유래 치료제 ▲난임 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화학·생물·방사능·핵(CBRN) 위협 대응 의약품 ▲동물용 의약품 등이다.
한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스위스, 대만 등과 함께 이들 특수 의약품에 0%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적격 관할국에 포함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희귀의약품의 조건이다.
FDA에서 일부 희귀질환 적응증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0% 관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BIS는 해당 의약품의 승인 또는 허가된 모든 적응증이 희귀질환에 해당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예컨대 한 약물이 희귀질환과 일반적인 질환의 적응증을 동시에 허가받았다면 이번에 정의된 희귀의약품 무관세 범주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BIS는 이번 관세 목적상 마련한 특수 의약품 정의가 FDA 승인·허가 제품뿐 아니라 임상시험용 의약품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긴급한 미국 보건 수요' 인정받아도 0% 가능
적격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특수 의약품에도 무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미국 내 긴급한 보건상 필요를 충족한다고 판단되는 제품은 기업이 BIS에 제품별로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제품 하나당 별도로 해야 한다. 기업은 HTSUS 분류와 제품명, 성분, 제품 유형, 원산지와 수출국, 제조사 등의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긴급 보건 수요를 충족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BIS는 치료 대상 질환과 대체 치료제의 존재 여부, 미국 내 해당 제품 사용 환자 수, 다른 국가에서의 공급 가능 여부 등을 근거 자료의 예로 제시했다.
상무부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건복지부(HHS) 등과 협의해 기업과 제품별로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29일부터 미국의 의약품 관세가 본격 시행되지만 모든 의약품이 동일한 관세 장벽을 마주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 판매용 특허 의약품에는 높은 관세를 적용하면서도, 임상시험과 연구개발용 물량에는 별도의 0% 코드를 신설했다.
신약의 미국 상업화 이전 단계부터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상업용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뿐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 어떤 물량이 9903.04.70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