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신약인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중증 만성 신장 질환(CK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투여 연구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그동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장악해 온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가 신장 기능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커진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6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연구팀은 케이캡의 장기 처방이 말기 신장 질환(ESKD)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방대한 전국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연구팀은 3기 또는 4기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 중 테고프라잔, PPI, H2RA(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 중 하나를 90일 이상 처방받은 환자군을 선별해 성향점수매칭(PSM) 기법으로 비교 분석했다. 분석 데이터는 국제 표준 데이터 모델인 OMOP-CDM으로 변환해 신뢰성을 높였다.
분석 대상은 고혈압과 당뇨병 동반 비율이 각각 85%, 45%에 육박하는 초고위험군 환자들로, 평균 연령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 환자를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케이캡 복용군은 H2RA 복용군과 비교해 사망 또는 말기 신장 질환으로의 진행 위험비(Hazard Ratio)가 0.91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증가가 없었다.
가장 널리 쓰이는 PPI 복용군과의 직접 비교에서도 케이캡은 말기 신장 질환 진행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교란 변수를 통제하기 전 조분석(Crude analysis) 모델에서는 케이캡이 PPI 대비 사망 또는 말기 신부전 진행 위험을 25%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사망률만을 독립적으로 평가한 민감도 분석 결과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케이캡은 PPI와 비교해 복용 2년 차에 36%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HR=0.64)를 보였으며, 3년 차에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강력해져서 사망 위험(HR=0.55)을 무려 45%나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PPI 장기 복용 '신독성' 우려 확산 … '케이캡', 약리학적 이점 '정면 돌파'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만성 신장 질환 환자에게 위산 분비 억제제를 장기 처방하는 것을 두고 적지 않은 딜레마를 겪어 왔다.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은 요독증으로 인한 위장관 증상과 출혈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예방적 위보호제 처방이 필수적인데, 기존 항궤양제 시장의 표준 치료제 군림했던 PPI는 장기 복용 시 마그네슘 등 필수 미량 원소 결핍과 인지하기 어려운 급성 간질성 신염(AIN)을 유발해 오히려 만성 신장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연구의 조분석(Crude analysis) 단계에서도 PPI 투여군은 H2RA 투여군에 비해 말기 신장 질환 및 사망 발생 빈도가 11%나 더 높게 나타나 기존의 신독성 우려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와 달리 케이캡은 칼륨 결합 부위에 단순히 가역적으로 결합해 장기적인 대사 부하가 훨씬 적다는 P-CAB 특유의 약리학적 이점을 이번 연구로 철저히 증명했다.
앞서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전향적 코호트 분석에서도 P-CAB은 PPI 대비 크레아티닌 수치가 두 배로 급등하거나 신기능이 절반 아래로 감소할 위험을 압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신장학회(KDIGO)까지 기존 PPI 제제를 잠재적 신독성 유발 인자로 지목하고 주의 깊은 약물 모니터링을 경고한 상황이어서, 케이캡 등 신장 안전성이 입증된 P-CAB 제제로의 처방 전환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수십 년간 표준 치료제로 군림해 온 PPI가 신독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확실한 리얼월드 데이터(RWD)로 무장한 국산 신약 케이캡이 안전성이라는 날개를 달고 처방 현장의 '세대교체'를 앞당길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장학회 공식 국제학술지 KRCP(Kidney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