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해보험, 특약 걸고 장례비용까지 보상
반려동물보험 가입률 0.8%, 스웨덴(40%) 등 주요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아 
2021년 6월 이후 소액단기보험회사 설립 예비허가 신청 0건 
전문가 "보험회사가 동물병원과 네트워크 형성해 손해율 관리해야"

한 강아지가 인천시 한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모습. 사진=인천시
한 강아지가 인천시 한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모습. 사진=인천시

[포인트데일리 조혜승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을 앞다퉈 출시하며 시장이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 2008년 보험사가 동물보호법 개정에 발맞춰 반려동물보험을 출시했다가 손해율이 확대돼 판매를 중단했던 때와 차원이 다르다. 지난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 의무화가 됐고 지난 5일부터 '동물병원 진료비 의무 게시' 제도가 시행되자 보험사들이 수요 증가를 기대하며 반려동물보험 출시를 늘려 나가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해보험, 특약 걸고 장례비용까지 보상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 '위풍댕댕'을 선보여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흐름을 타고 반려견은 물론 반려인의 일상을 함께 보장하는 콘셉트에 출시 후 4일간 판매건수가 1300건에 초회보험료 1억1000만원을 기록해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위풍댕댕은 생후 61일부터 만 1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반려 강아지나 고양이의 의료비, 수술비, 배상책임 및 사망위로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한다. 최대 3년 또는 5년 등 갱신을 통해 만 20세까지 보장한다. 의료비 보장 비율도 50·70·80% 중에서 선택한다. 반려견이 질병이나 상해로 수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면 해당 특약 가입 시 발생한 의료비를 가입금액 한도로 보상한다. 고액 수술치료비도 가입금액 한도에서 모두 보장한다. 

눈여겨 볼 점은 반려견 배상책임특약으로 반려인의 상해사고까지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상품은 반려견이 타인의 신체나 타인의 반려동물에 손해를 입히면 견주의 배상책임을 보상해준다. 반려견이 사망하면 홀로 남겨진 반려견의 양육 자금을,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반려견의 사망위로금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9월 다이렉트 '하이펫보험'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생후 61일부터 만 8세에 해당하는 반려견이 가입할 수 있다. 갱신을 통해 최대 만 20세까지 보장해준다. 이 상품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동물병원 치료비뿐 아니라 배상 책임과 장례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연간 보장 한도는 500만원, 1일 보장 한도는 최대 300만원이다. 보상 비율은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70%다. 단 슬개골·고관절에 관련된 질병이나 상해, 치과 치료, 임신·출산에 관계된 질병과 중성화 수술 등은 보장되지 않는다. 가입과 보험금 청구가 온라인이 안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메리츠화재는 '펫퍼민트'를 판매하고 있다. 연간 보장 한도는 통원 시 500만원, 입원 시 500만원이다. 1일 한도는 통·입원 15만원에 수술 200만원이다. 보상 비율은 자기부담을 제외한 50%와 70%에서 선택할 수 있다. 만 8세 이하 반려견이라면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슬개골탈구 질환 등이 가입 후 1년 이후부터 보장된다. 

소형견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슬개골 관련 질환을 보장해주며 보험 갱신 기간이 3년, 보험금 가입과 청구가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보험 가입 전 발병한 질병이나 상해가 있거나 예방접종 미접종으로 인해 걸리는 질병, 임신·출산 관련된 비용, 중성화, 불임 수술, 정기검진 등이 보장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DB손해보험은 지난 2018년 '아이러브 펫보험'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무배당프로미라이프 아이러브 펫보험이다. 반려견의 상해와 질병 의료비를 보장해주며 개한테만 해당하는 보험이다.

실손 의료비 보상 비율은 70%와 50%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70% 보상 상품 기준 통원치료비는 1일 15만원, 수술비 150만원(연 2회 한도)까지 보장된다. 반려견의 대표 질환인 슬·고관절 질환, 피부질환, 구강질환 등을 비롯해 장례지원비와 반려견 사망 등까지 확장 보장 특약에 가입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갱신 주기는 3년으로 3년간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한다. 가입 후 반려견이 20세까지 의료비 보장이 되나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보험가입 전 질병이 생겼고 가입 후 갱신 시점이 도래하면 질환에 대한 보장이 안 될 수 있다. 특약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보장 금액이 달라져 가입 전 상담이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보험 가입률 0.8%, 스웨덴(40%) 등 주요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아 

보험사들이 반려동물보험을 선보이고 있지만 시장 규모와 펫보험의 가입률, 관련 제도는 못 미치는 실정이다. 반려동물보험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적다. 

이날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반려동물 보험 시장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반려동물보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 2021년까지 상위 5개 보험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려동물등록과 표준화된 진료체계, 청구전산시스템 등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동물병원 간 정보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고 소액단기전문 보험회사 등 새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기준 반려동물보험의 가입률은 0.8%에 불과했다. 스웨덴(40%), 영국(25%), 미국(2.5%) 등 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의 수명은 평균 15~20세로 진료비 부담이 큰 8세 이상의 노령견 비중이 늘면서 1회 평균 진료비 지출 비용은 약 8만4000원에 달했다. 이에 82.9%의 소비자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되는 상황이다. 

반려동물 보험은 소비자와 보험사 입장에서 반기는 상품이 아니다. 소비자는 보험금 청구전산화 시스템의 미비로 보험금 청구 편의성이 낮고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심사와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 현재 반려동물보험 보험금 청구는 동물병원에서 발급받은 종이 영수증을 보험가입자가 보험회사로 직접 전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반려동물 보험이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 상품 개발과 공급이 미흡하다. 상품 판매가 삼성화재 등 일부 보험 회사에 집중돼 있다.

◇2021년 6월 이후 소액단기보험회사 설립 예비허가 신청 0건 

반려동물보험은 수술과 입·통원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피부, 구강, 탈구질환이 기본 계약으로 제공되는지 특약으로 보장되는지 여부를 제외하고 차별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6월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이 도입됐으나 1년이 넘은 현재까지 소액단기보험회사 설립을 위한 예비허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 "보험회사가 동물병원과 네트워크 형성해 손해율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보험회사가 동물병원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진료비 협상과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하고 손해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진료체계와 진료비 표준화는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물병원과 네트워크 구축 시 과잉진료 및 부정청구가 확인되는 동물병원과 제휴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계약을 체결하지 않음으로써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번들형이나 정액형 등 다양한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부가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라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함께 보장하는 번들형 상품 혹은 반려동물 진료빈도가 높은 특정 질병에 대한 수술이나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 일부를 보장하는 정액형 상품 개발을 검토할 수 있다"며 "보험상품과 반려동물 헬스케어를 결합해 제공하거나 반려동물의 건강증진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해 보험상품 소구력을 제고하고 진료비 절감을 유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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