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트위치·넷플릭스 등 CP
ISP에 ‘망값’ 내야 한다는 분쟁
오랜 갈등 중 여론전까지 발발
구글·트위치, 韓 유튜버 등 동원
전문가 “유튜버 여론, 오류 위험”
“오픈넷, 이해관계자 중립성 無”
“‘인터넷 혁신’ 중점의 논의 필수”

망 이용대가 담론 현황. (출처: 박기묵 한양대 교수의 발표 자료 중)
망 이용대가 담론 현황. (출처: 박기묵 한양대 교수의 발표 자료 중)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건전한 망 이용대가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와 CP(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각각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자료와 이용자 편익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홍익표·홍석준 의원과 공동 주최한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 정책의제 형성 및 담론 환경 톺아보기’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 세미나에서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과 관련한 정책적·학술적 이슈 현안들을 논의했다.

박기묵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유튜브, 저널리즘, 그리고​ 담론화 및 여론형성’을 주제로, 변상규 호서대학교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대형 플랫폼 이슈에 대한 개선방안과 망 이용대가 쟁점 고찰’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박기묵 교수는 유튜브 저널리즘 현상을 분석하고 망 사용 관련 유튜브 조회수 상위 콘텐츠 사례분석, 유튜브 내에 담론화와 여론형성의 과정 등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박 교수는 망 이용대가 담론에 대해 톺았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특히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이 증가하면서 ISP와 CP가 대립 중인 상황을 조명했다.

국내에서 선두적으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다. 1심은 넷플릭스의 패소였다.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이에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기 위한 국회 입법도 활발히 추진됐다.

망 이용대가를 주제로 게재된 유튜브 콘텐츠. (출처: 박기묵 한양대 교수의 발표 자료 중)
망 이용대가를 주제로 게재된 유튜브 콘텐츠. (출처: 박기묵 한양대 교수의 발표 자료 중)

하지만 트위치와 구글이 유튜버 등 유명 크리에이터를 동원해 형성한 반대 여론으로 입법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유명 유튜버들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ISP와 CP의 갈등 상황에 각자의 해석을 넣어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게재했다. 일부는 시청자들에게 ㈔오픈넷이 주도한 ‘입법 반대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영상 플랫폼으로 정보 검색에도 쓰인다. 인플루언서와 유튜버의 영향력은 계속 증가 중이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는 기존 언론사의 이슈 전달 능력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주류 저널리즘과 차이를 둔 사실상 ‘유튜브 저널리즘’의 역할을 수행한다.

박 교수는 ‘유튜브 저널리즘’이 주는 왜곡된 해석과 오정보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유튜버의 콘텐츠에서 망 이용 관련 내용에 왜곡된 해석을 넣어 옳지 못한 담론을 형성했고 공론화 장을 해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책임이 없는 만큼 오정보를 전달해도 막기 힘든 상황이다. 내용 수정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와 오픈넷의 중립성이 약하다는 부분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구글은 망 이용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지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 한국 사업의 불이익을 언급했다”며 “구글이 후원하는 오픈넷이 청원을 주도하는 등 이해관계자로서 논쟁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픈넷은 구글의 후원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해관계자임에도 시민단체, NGO, 중립성을 언급해 공정성·신뢰성 및 도덕적·윤리적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천지일보DB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천지일보DB

다만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법안을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망 이용대가 이슈는 전 세계적인 화두로 최종 판결이 나오면 중요한 선례 및 판례가 될 것”이라며 “법원 최종 판단 전 국회가 망 사용 관련 법안을 도입하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CP와 ISP가 각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주장만 있을 뿐 이를 수치화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중의 담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CP와 ISP가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바꾸길 원하는 상황에서 각자가 주장하는 바대로 됐을 때 발생하는 이용자 편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상규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과 대형 OTT 이슈를 바탕으로 OTT의 망 이용에 대한 후생효과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변 교수는 “망 중립성 원칙이 인터넷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했듯이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망 중립성 전통의 기계적 고수보다는 발전의 동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의 당위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망 이용대가 논쟁이 외부효과로 인해 가격신호가 왜곡되는 ‘공유지의 비극’ 사례와 가장 유사하다고 봤다. 변 교수는 “망 이용료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해 인터넷 전송에서 시장의 실패를 예방한다”며 “유튜브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ISP가 유의미한 편익을 유튜브 이용자에게 제공함을 확인했다. 이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망 이용료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망 이용료 논쟁은 인터넷 혁신을 지속할 환경을 조성한다는 전통적인 목표에 우선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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