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지원 업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반격 시점 결정돼”

[워싱턴=AP/뉴시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2021.10.28.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2021.10.28.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국으로부터 또다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 계획이 발표됐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군 최고수뇌 간 긴밀한 통화가 있었던 바로 다음 날이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3억 달러(약 4000억원) 상당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방부의 재고 물량을 즉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 2021년 8월 이후 39번째 지원이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이어지는 공습으로부터 군인과 민간인, 핵심 기반 시설을 보호하는 우크라이나 방공 부대를 돕는 ‘핵심 역량’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 지원에는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체계와 AIM-7 공대공 미사일, 어벤저 미사일 체계, 스팅어 휴대용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어벤저 미사일 체계는 험비 차량 위에 총 8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4연장 스팅어미사일 발사대 2개를 설치한 방공무기를 말한다.

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하이마스)용 탄약 ▲155㎜ 및 105㎜ 포탄 ▲정밀 공중 탄약 ▲AT-4 대전차 시스템 ▲소화기 탄약 3000만발 ▲스팅어 대공 시스템 등도 포함됐다.

직전의 38번째 지원 패키지에는 155㎜ 곡사포 탄약과 드론 격추용 탄약, 군 위성사진 등 정보 수집과 군사훈련을 위한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38번째 지원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등 안보 패키지 규모는 총 370억 달러(약 4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단·장기적 안보에 필요한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군 최고 수외인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격 시점 결정을 언급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다음날인 30일 미국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전선 상황과 우리 영토 수복을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향후 (대반격) 계획, 적의 예상되는 행동 등에 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와 타스 통신 등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번 밀리 미 합참의장과의 통화에서 장거리 포탄을 우선순위로 한 무기 및 군사 장비, 탄약 제공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언급돼온 미 F-16 전투기와 방공시스템 지원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반격 앞두고 격화되는 공방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밤 연설에서 반격 시점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여성이 반려견을 안은 채 러시아군이 쏜 드론으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는 건립 기념일을 맞은 키이우에 지난 28일부터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으며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여성이 반려견을 안은 채 러시아군이 쏜 드론으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는 건립 기념일을 맞은 키이우에 지난 28일부터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으며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소대로 총사령관과 작전지휘관들이 참모진에게 보고했다. 탄약 공급과 새로운 여단 훈련뿐 아니라 우리의 전술에 관해서다”라면서 “타이밍도 있다. 우리가 언제 전진할지에 대한 이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결정이 내려졌고 우리는 결국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반격을 앞두고 양측 공방은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발표한 시점과 같은 시각, 모스크바에는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드론공습이 가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밤새 8대의 드론이 모스크바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지만,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언론이 30대 이상의 드론이 공격에 투입됐다고 보도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건국기념일에 맞춰 수도 키이우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공습을 퍼부은 다음 벌어졌다. 동시에 전쟁 발발 15개월 만에 러시아 수도를 표적으로 감행된 첫 집단 드론 공격으로 기록됐다. 양측 수도를 향한 각각의 대규모 드론 공격으로 두 나라에서는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많은 시민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는 등 대혼란을 겪었다.

미국이 대규모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한 날 아침 7시 30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에서는 또다시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총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이날 전했다. 이는 이달 들어서만 18번째 러시아 공습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군 피해도 보고됐다. 러시아 서부의 벨고로드주(州)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중심부와 외곽에서 미사일을 발포했다”면서 이날 0시, 3시 40분, 5시 15분에 발생한 공격으로 모두 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주택을 비롯한 여러 건물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러 샤흐드 드론 요격하는 우크라이나 방공망[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30일(현지시각)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샤흐드 공격용 드론을 공중 요격하고 있다. 2023.05.30.
러 샤흐드 드론 요격하는 우크라이나 방공망[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30일(현지시각)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샤흐드 공격용 드론을 공중 요격하고 있다.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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