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금 투자에 모든 요소 고려해야"…의회, 거부권뒤집기 불가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의회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 의회가 통과시킨 연기금 투자 때 투자 대상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를 고려하지 못하도록 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은 지난해 11월 미 노동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연기금의 투자 결정 시 재무적인 면만을 고려하도록 규정한 규칙을 개정해 미 근로자의 저축연금으로 투자할 때 ESG에 대해서도 고려하도록 한 규정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작년 11월 중간선거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주도한 것으로, 지난달 말 하원에 이어 상원도 지난 1일 결의안을 처리했다.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조 맨친, 존 테스터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며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거부권 행사 사실을 알리면서 "이 결의안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 공화당 의원들이 싫어하는 위험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불법으로 만들어 은퇴저축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힘들게 번 돈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하원에도 서한을 보내 "노동부 규정은 수천만 명의 노동자와 은퇴자가 힘들게 번 저축과 연금을 보호한다"며 "이는 은퇴자금 수탁자가 향후 투자에 영향을 미칠 모든 관련 요소를 고려함으로써 완전한 정보에 입각한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며, 은퇴자의 재정적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 요소는 시장과 산업에 중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광범위한 증거에도 공화당 주도 결의안은 자유시장 원칙을 무시하고 저축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 요소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투자에는 모든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은 노동부의 개정 규정이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진보적 대의를 추종하도록 함으로써 투자를 정치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결의안은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ESG 요소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일 뿐 ESG에 대한 고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백악관은 의회 결의안이 통과되자 수탁자들의 저축과 연금을 보호할 모든 수단을 보장해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예고했다.

노동부의 규정 개정에 대해 화석연료 업계를 제외한 산업계는 대체로 지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론자들은 이 원칙을 따르면 수익 증대뿐 아니라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정적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반대해온 보수성향의 비영리단체인 컨슈머스 리서치의 윌 힐드는 "거부권 행사는 미국민 이익에 반하며, 미국 연금을 이익보다는 정치에 악용될 소지를 만든다"며 "미국인의 재정적 안정보다 진보적인 정치를 촉진하려 미국인의 퇴직금을 사용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다시 뒤집기 위해선 의회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공화당 주도 결의안이 다시 처리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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