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의 특허와 제네릭, 우리에게 어떤 것이 더 이로울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약회사가 처음 만든 신약을 오리지널이라고 한다. 이 약은 특허권의 보호를 받는다. 이 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제약회사들이 이와 동등한 효과를 지니는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 약값이 싸진다. 환자는 싼 가격에 약을 살 수 있게 된다.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계속 유지하는 것과 제네릭 의약품을 허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소비자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특허권은 특허출원일로부터 20년까지 보호된다. 제품으로 개발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유효 특허기간은 15-18년정도이다. 의약품은 특허를 받고 나서도 실제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이후 행정당국의 판매승인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특허권을 배타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간이 8-12년에 불과하다.

특허권이 만료되는 시점이 다가오면 판매량이 급감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의약품은 매출액이 급증하거나 정점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어 특허권 보호기간을 수년간 연장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 수익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미국은 1984년부터 특허권 존속기간연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허권 존속기간연장이란 특허권 존속기간에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하여 장기간이 소요되어 특허권을 실제로 실시하지 못한 경우에 일정 기간 존속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미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1987년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했으며  1999년부터 특허권 존속기간연장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는 특허권 존속연장제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철저한 계산하에 특허권신청과 보호전략을 짠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는 신약후보물질의 기초탐색기간 동안에는 물질에 대한 최초의 원천특허인 물질특허를 출원하고, 임상시험 전에는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위한 제제 또는 조성물특허를 출원한다. 또 최초 물질특허에 기재된 방법으로는 상업적으로 의약품원료물질을 생산하기 어려우므로 다양한 제조방법을 연구하여 신약에 대한 상업적인 의약품생산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면서 용도특허도 함께 출원하게 된다. 임상시험기간에는 앞서 출원한 신약의 용도특허를 더 세분화하여 추가적으로 출원하고, 조성물특허와 제형특허 역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최적의 제형을 중심으로 출연하고, 앞서 출원하였던 제법특허도 더 확장하여 출원하는 동시에 신약의 결정형, 수화물, 이성체 등에 여러 특허를 출원하게 된다.

제품이 출시되면 복제약(제네릭) 출시 시점을 대비하여 소송전략을 수립하고 유사한 구조의 개량된 약물을 발굴하여 추가 특허를 출원하게 된다. 복제약이 출시되면 전 영역에 걸친 특허침해소송을 진행한다. 소송이 제기되면 복제약의 허가절차가 자동으로 정지된다. 이를 통해 복제약품의 출시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매된 항우울제인 플루옥세틴(fluoxetine, 프로작TM)의 특허권은 1995년 1월에 만료됐지만 특허권 존속기간연장제도에 의하여 2000년 1월까지 5년간 시장판매 독점권이 연장되었고 해당 제약회사는 이 기간에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다국적회사의 특허연장전략을 피하기 위해 한국 제약회사들은 여러 방법들을 고안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약의 염기를 바꾸는 것이다. 약제는 그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몸의 필요한 부위까지 이송하기 위해서는 염기라는 물질이 필요하다. 이러한 염기는 한 약물에 한 종류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른 염기를 이용하여 약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법원은 염기만 다르게 한 것도 개량신약으로 인정하여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한 제약사가 솔리페나신이라는 약물의 염기만 바꿔서 개량신약으로 등록했다. 대법원에서는 염기만 바꾼 경우는 개량신약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면서 이같은 물질특허 회피작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제약사들은 프로드럭(Prodrug)이라는 개량약물로 물질특허를 회피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프로드럭이란 오리지날 약물과 구조가 다르지만 복용한 후에 체내에서는 오리지널 약물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구성한 물질이다. 한 제약사는 이런 프로드럭이 해당 약물에 대한 특허를 침해하였는지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는 특허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특허를 침해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신약을 강하게 보호할수록 새로운 약물을 개발한 제약회사는 특허권이 보호되는 기간동안 약물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이익을 주주에게 분배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특허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약을 비싸게 사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 만약 신약의 특허가 유지되는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복제약 혹은 개량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약을 싸게 팔 수 있도록 한다면 환자들은 거의 유사하거나 비슷한 약물을 비교적 싼 값에 살 수 있고 또한 우리나라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신약을 만든 회사들이 자신들의 특허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더이상 개발하기 어렵고 힘든 신약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복제약 혹은 개량신약에 길들어진 국내 제약회사는 매우 어렵지만 개발하면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는 신약개발보다는 좀 더 쉬운 복제약이나 기존의 특허권을 피해가는 개량신약개발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 제약산업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정하고 육성하는 정책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는 회의적이다.

과연 신약물을 어느 정도로 보호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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