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털날림·짖음·개물림 우려 반발…“의견수렴 없고 공감대 부족”
2006년 여론조사 때 85% 반대…“동물공존 문화 확산 정책 우선돼야”

11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11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음식점에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기로 한 정부 방침이 오히려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만 부추 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털날림 등으로 인한 위생문제부터 동물에 대한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는 시민들의 반발 또한 상당하다.

특히 '반려동물 음식점 출입 허용' 정책이 의견수렴은 물론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전 과정이 생략된 채 불쑥 제기됐다는 점에서 '인기영합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의 하나로 카페 등 음식점의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영업자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음식점 내 조리장, 원료 보관창고 등 식품취급시설을 제외한 장소에 동물(개·고양이 한정) 출입을 허용하고 관리·운영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25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기존에는 음식점에서 반려동물과 동반인은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동반카페 특성상 동물과 분리 운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 발표에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반려견과 갈 식당이 없었는데...’, ‘좋은 변화다. 강아지, 고양이들 전용방에 풀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찬성 의견과 달리 털날림, 짖음, 개물림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관련기사 댓글에는 ‘이제는 개털과 같이 식사해야 하는 거냐’, ‘위생상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 ‘나도 애견인이지만 이건 아니다. 누구 작품이냐’, ‘나도 고양이 키우지만 개나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 반발 크겠네’ 등의 반대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의 대다수가 일반 음식점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 의견수렴 과정이나 토론회 한번 없이 정책이 결정됐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전신인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2006년 12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4세 2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보호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대다수(85.4%) 국민들은 반려동물을 ‘음식점’에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호텔 등 숙박시설(64.9%)’이나 ‘대중교통(59.9%)’, ‘어린이 놀이터(50.2%)’에 비해 그만큼 거부감이 큰 사안이라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2006년에 비해 동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음식점에 반려동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국민 대다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을 여론조사나 토론회 한 번 없이 결정하고 발표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논란이 된 이유도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불쑥 내놓은 것이 근본 이유”라며 “‘반려동물 음식점 출입 허용’ 또한 공감력을 갖추지 못한 섣부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산책, 층간소음, 개물림 등으로 비반려인들이 반려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사회에 동물공존 문화가 확산되도록 교육, 캠페인 등 인프라 강화 정책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신은영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펫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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