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 / 전 경기도 관광공사 사장

홍승표 / 전 경기도 관광공사 사장
홍승표 / 전 경기도 관광공사 사장

"거스름돈이 더 온 듯 합니다.” “아닌데요?”

"제가 지난해 이맘때쯤 같은 치료를 받고 만원을 내면 1,600원을 받았는데 7천원 넘게 받아서 그렇습니다.”

“아이 참! 올해로 만 65세가 되셨잖아요. 이제 주거래 은행에 가서 전철무료승차권도 발급 받으세요.”

봄기운이 완연한 날, 수원 광교산엘 들었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순간, 재빠르게 나뭇가지를 잡았는데 몸이 뒤틀리면서 허리가 삐끗했습니다.

평소 가던 한의원엘 가서 침, 부항, 찜질치료를 받고 돈을 냈는데 거스름돈을 많이 줘 “잘못된 것 아니냐?”고 했더니, ‘65세 어르신’ 적용을 했다는 답이 돌아온 거지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내가 벌써 그리 되었구나!’하는 생각에 일순간, 기분이 내려앉았지요. 전철 무료승차권은 발급받을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도청에서 노인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실무과장으로 일할 때입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노인교통비가 지급되고 있었지요. 65세 이상 어르신이 66만 명이 넘었고 9백억 넘는 예산이 교통비로 소요되었습니다. 전체 노인복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지요.

노인교통비는 도와 시군이 전액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소득에 관계없이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노인교통비를 지급하다 보니 다른 노인복지 분야에 투자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지요.

​새해 예산편성을 앞두고 ‘모든 어르신에게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일정 소득수준을 고려해 지급하고 남는 예산을 노인복지회관을 짓거나 다른 복지사업으로 전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도의원들에게 사전 보고를 드렸는데 난리가 났지요. 경기도 노인회에서 강력항의하고 나선 것입니다. 도의원들도 선택적 지급에 동의하면서도 결국 모두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요. 표심을 건드리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입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논란이 되고 있지요. 이 논란은 서울 지하철과 버스요금 인상계획을 밝히면서 노인 무임승차를 적자 요인으로 지목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요. 정부가 국비로 노인 무임승차 비용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이에 반대하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노인들 때문에 지하철 칸이 증설됐나요? 지하철 전기료가 더 듭니까? 적자 책임을 노인들에게 전가하는 건 세대 갈등만 부추기는 구차한 트집입니다."

"비행기에 빈자리 있으면 무료로 타도 되나요? 적자가 극심해 안전시설물 교체할 돈도 없는데,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합니까?"

‘적자요인은 노인무임승차’ ‘노인 탓으로 돌리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지요.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버스 등까지 적용을 확대해 노인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지요. 지하철 운영 적자에 대한 책임소재부터 사회적 득실에 대한 계산까지 입장차가 극명합니다. 논쟁은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조짐이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지요.

노인의 무임승차는 ‘눈앞의 계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무임승차 덕분으로 활발하게 움직여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건강 효과를 보는 측면이 크지요. 방구석에 들어앉아 골골하며 병원 신세를 질 때 드는 전체 의료비용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예산지원을 하지 않는 정부도 쉽게 개입할 수 없는 문제이지요. 정부와 지자체, 국회의 협의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까지 넘어야 할 문제가 첩첩산중입니다. 이유 불문, 솔로몬이라도 쉽지 않은 문제지만 걱정 많은 어르신들을 울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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