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가리켜 ‘장마’라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보통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가리켜 ‘장마’라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오랜 기간 계속 내리는 비 ‘오란비’
조선시대, 숙정문 닫고 숭례문 열어
억수장마‧개똥장마 등 종류 많아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장마가 시작됐다. 여름철, 보통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가리켜 ‘장마’라고 한다.

보통 ‘장마’라고 하면 한자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장마는 순우리말이다. 장마는 한자어로 임우(霖雨)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 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라고 한다. 발음은 다르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장마를 뜻할 때 매화 ‘매(梅)’자를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장마가 매화의 열매 즉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이기 때문이다.

장마의 유래                     
장마의 옛말은 ‘오란비’다. ‘오래’라는 뜻의 고유어 ‘오란’과 ‘비’를 더한 말이다. 이처럼 비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내리는 것을 ‘조선왕조실록’에는 임우(霖雨)’라고 기록으며, 1527년에 나온 한자교습서인 ‘훈몽자회’에는 ‘임(霖)’을 ‘오란비 림’으로 풀어냈다. ‘오란비’의 오래 내린다는 의미가 ‘장마’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장마’의 옛말인 ‘댱마’는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며, 구개음화가 된‘쟝마’는 18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장마’는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 현재에 이른다. 물론 ‘길다’는 뜻의 한자 ‘장(長)’에 물의 고유어인 ‘맣(=비)’의 합성어가 오늘에 이르긴 했지만 ‘장마’가 한자어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장마의 옛말은 ‘오란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마의 옛말은 ‘오란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마에 얽힌 이야기
장마철이 되면 습도가 높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거나,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기도 한다. 오랜 기간 내리는 비 즉 장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장기간 내리는 비로 많은 피해를 봤던 조선시대에는 처녀, 총각이 제때 혼인하지 못한 것을 장마의 원인으로 생각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성종 9년 기록에는 장마가 몇 달 동안 지속되는 이유를 처녀의 집이 가난해 제때 출가하지 못한 것으로 들었다. 시집, 장가를 가지 못한 억울한 한이 화를 일으켜 장마가 지속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한을 풀어줘 장마를 끝내기 위해 국가에서 직접 나서 혼수품 등을 마련해주며 처녀, 총각의 결혼을 적극 장려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비가 계속되면 숭례문을 활짝 개방했다고 한다. 즉 음양오행설에 따라 비가 가진 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양의 기운이 들어오는 숭례문을 활짝 개방한 것이다.

이 점은 ‘조선왕조실록’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명종 12(1557)년 7월 17일 무진 2번째 기사에는 예조가 한재 끝에 장마가 계속되니 숙정문을 닫고 숭례문을 열 것을 청하는 내용이 나온다. 원래 조선시대에는 가을이 돼야 숭례문을 열고 장터를 설치하는 것이 관례였다. 

조선시대 왕들은 또한 장마로 인한 피해를 왕인 자신의 덕이 부족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 음식의 가짓수를 줄여 백성의 괴로움을 함께했다. ‘조선왕조실록’ 순조 21년의 기록에는 돌림병과 장마가 지속되자 순종이 5일 동안 수라의 반찬 수를 줄이라고 한 기록이 남아있다. 

한편 장마에 관련된 속담으로는 ‘장마 끝에 먹을 물 없다’ ‘칠월 장마는 꾸어서 해도 한다’‘오뉴월 장마는 개똥장마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등이 있다. 

여기서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는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할 경우를 빗대어 말할 때 사용하는 속담이며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가뭄의 피해보다 장마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가 잠깐 그치고 해가 쨍쨍할 때를 일컬어 ‘빨래말미’라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가 잠깐 그치고 해가 쨍쨍할 때를 일컬어 ‘빨래말미’라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마의 종류
“이번 여름은 마른장마야?”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마른장마란 무엇인가. 마른장마는 장마철에 비가 아주 적게 오거나 갠 날이 계속되는 기상 현상을 부르는 말이다. 반대로 여러 날 동안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 말 그대로 억수로 비가 내릴 때는 ‘억수장마’라고 부른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말처럼 장마에도 좋은 장마가 있다. 바로 개똥장마다. 개똥장마는 거름이 되는 개똥처럼 좋은 장마라는 뜻으로 오뉴월 장마를 이르는 말이다. 

건들장마는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고 하는 장마를 이르며, 고치장마는 초여름에 치는 누에가 오를 무렵에 오는 장맛비를 말한다. 

장마가 계속되면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불편을 겪는다. 이때 비가 잠깐 그치고 해가 쨍쨍할 때를 일컬어 ‘빨래말미’라고 하는데 이는 빨래는 말릴 만큼 해가 나는 겨를을 의미한다. 보통 장마는 해마다 비슷한 때 오지만 그렇지 않고 여느 때보다 늦게 오는 장마를 ‘늦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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