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4월 CBSI 16p 하락 ‘이례적’

주요 건설사 영업익도 하락

“상승분 절반도 반영 안 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건설업계가 자재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상 혹한기가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3~4월에는 건설경기가 호전되지만 치솟은 건설자잿값에 오히려 비관적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는데 절반이 넘는 건설 현장에서 ‘자재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는 만큼 상황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건설업계 구조상 발주자가 비용을 증액하지 않으면 부담이 아래 단계인 시공업체에 전가돼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건설체감경기 2년 만에 ‘최저’

1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월간 건설·부동산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보다 16.1p 하락한 69.5를 기록했다. CBSI란 건설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건설경기가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를 조사해 지수화 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음을, 0에 가까워질수록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산연은 “통상 혹한기가 끝나고 공사가 증가하는 3월과 4월에는 지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올해 4월의 경우 15p 이상 하락했고 23개월 내 최저치인 69.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경남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9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 현장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사진은 출정식 현장. (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천지일보 2022.5.9
부산·경남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9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 현장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천지일보 2022.5.9

특히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형 건설사들의 CBSI 감소가 도드라졌다. 이는 하청업체들이 원도급업체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파업에 들어간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건설사의 지난달 CBSI는 전달보다 33.4p 하락한 58.3, 중견기업은 16.6p 하락한 63.4, 중소기업 5.0p 상승한 89.7을 기록했다.

건설자재 대란으로 인한 영향은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다수 건설사의 1분기 영업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떨어지면서다.

건설사별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조 190억원(지난해 동기보다 +8.8%), 1550억원(+14.8%) ▲현대건설은 4조 1453억원(-0.1%), 1715억원(-14.06%) ▲대우건설은 2조 2495억원(+16%), 2213억원(-3.5%) ▲GS건설은 2조 3759억원(+18%), 1535억원(-13%) ▲DL이앤씨는 1조 5147억원(-10.88%), 1257억원(-37.05%) 등으로 집계됐다.

◆“상승분 반영 아직 절반도”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여파가 건설사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가운데 실적 악화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가격 인상이 반영됐는지 실태조사를 한 결과 건설현장 절반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다.

공정위가 지난달 초부터 약 한 달간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원·수급사업자 간 납품단가 조정실태를 조사한 결과 건설업종에선 ‘가격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51.2%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전담팀을 신설·가동해 납품단가 조정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재개 촉구 및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재개 촉구 및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3

치솟는 원자재가격에도 건설사들이 가격상승분을 쉽게 올려주지 못하는 이유로는 선분양과 같은 건설업계의 사업 진행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건물을 지을 때는 발주자가 시행사(설계, 총괄)를 통해 시공사(건설사)를 선정, 시공업체를 통해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계약금액은 초기에 정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일정 수준을 넘기면 계약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발주자가 비용을 올려주지 못할 경우 구조상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하청 수급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일각에선 원자잿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당사자들 간에는 이를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어 정부가 이를 중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정률 52%의 상태로 전면 중단한 만큼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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