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AP/뉴시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사회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은 이날 스웨덴의 나토(NATO) 가입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스톡홀름=AP/뉴시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사회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은 이날 스웨덴의 나토(NATO) 가입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가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수순에 본격 돌입했다.

핀란드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스웨덴 여당이 나토 가입 지지 입장을 밝히기 몇 시간 전 나토 가입 신청서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나토가 자국의 국경으로 더 가까이 이동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격노해 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분명히 모스크바를 더 화나게 만들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4일 핀란드 외무장관에게 양국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핀란드와 스웨덴은 신속한 과정으로 가입할 수 있다”며 “터키가 이 과정을 지연시킬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나토는 러시아의 위협을 막기 위해 발트해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이날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나토 가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으로 중립국이었던 핀란드는 러시아와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핀란드 의회는 수일 내 이 결정을 승인할 전망이다. 정식 회원 신청서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다음 주쯤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비동맹 국가인 스웨덴도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이 나토 가입을 지지했다. 나토 가입 계획은 16일 의회에서 논의되며 이날 오후 내각은 결과를 발표한다.

스웨덴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군사 동맹에 가입하지 않았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붉은 군대에 패해 국토의 약 10%를 잃고 중립을 지켰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스톡홀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0년간 지속된 군사 비동맹 정책은 스웨덴에게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당면한 문제는 군사적 비동맹이 우리에게 계속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그달레나 총리는 “우리는 이제 유럽에서 근본적으로 바뀐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앞서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전통적인 중립을 포기했다. 양국의 여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 전까진 나토 가입 반대가 우세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나토 가입 지지가 하룻밤 새 급증했다.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가운데)과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왼쪽),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함께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가운데)과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왼쪽),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함께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터키, 양국 나토 가입에 우려… 나토는 낙관 전망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양국이 테러범으로 간주하는 쿠르드족 무장세력을 지지한다며 나토 가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쿠르드노동자당(PKK)은 1984년 이후 터키에서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로 정부와 분쟁을 일으켜 수만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스웨덴과 핀란드가 PKK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데다,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족 의원 6명이 활동하고 있어 터키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 나토 가입에 우려하는 이유에 대해 “나토 확대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테러를 지지하고 이런 정책들을 따르는 나라들이 나토 동맹국이 돼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터키가 양국의 회원 가입 자체를 차단하려는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며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에 대한 우려를 먼저 해결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스웨덴과 핀란드가 쿠르드족 지원을 중단하고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할 것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터키의 불만 제기는 다른 나토 회원국들도 동맹국들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나토 규정에 따르면 신규 회원국 가입은 기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가능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차우쇼을루 장관과 대화를 나눴으며 이번주 후반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별회의에서 그를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모든 나토 회원국이 핀란드와 스웨덴 가입을 찬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나토의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군사적 후퇴를 강조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나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모스크바가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했다. 하르키우 주변에서 철수하고 있다. 돈바스에서 그들의 주요 공세는 정체됐다.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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