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참전이 면죄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해온 러시아 정교회 수장이 최근 러시아에서 예비군 동원령이 떨어지자 참전을 신성시하는 발언을 했다.

26(현지시간) APTN 등에 따르면 전날 키릴 총대주교는 모스크바 인근 교회에서 한 강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며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길 기도한다"고 말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다 죽는 러시아 군인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릴 총대주교와 푸틴 대통령[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키릴 총대주교와 푸틴 대통령[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그는 "만약 누군가 소명에 충실하고 병역의무를 수행하다 죽는다면 그는 희생에 버금가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기에 한사람이 저지른 모든 죄를 씻겨준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고 러시아 내부적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강제징집을 우려해 러시아를 떠나 주변국으로 탈출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동원령에 반발하는 항의 시위는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해 격화 조짐을 보인다.

키릴 총대주교는 로마 가톨릭교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독교 교단인 동방정교회에 속했으면서도 세속의 일에 거리를 두기는커녕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도덕적, 종교적으로 뒷받침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부차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학살 정황에도 침공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키릴 총대주교는 이 같은 태도 때문에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5월 이탈리아 일간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이 지속하는 한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황은 키릴 총대주교를 향해 "푸틴의 복사를 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복사는 제대 근처에서 사제의 미사 집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아이를 말한다.

kite@yna.co.kr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