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서대문구 김옥길 기념관에 마련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
5일 서울 서대문구 김옥길 기념관에 마련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

[남기웅 기동취재부 기자] 보수 원로 김동길 연세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밤 오후 10시 50분경 별세했다. 향년 94세.

5일 유족 등에 따르면 김동길 교수는 숙환으로 입원해 있던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올해 2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회복했으나, 3월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 온 고인은 11년 전 생일(10월 2일)에 “내가 죽으면 장례식, 추모식은 일체 생략하고 내 시신은 곧 연세대학교 의료원에 기증해서 의과 대학생들의 교육에 쓰이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당시 이철 세브란스병원 의료원장 앞으로 보냈다.

원고지 한장 분량의 이 편지에서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이 결심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법적 절차가 필요하면 나에게 미리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고인은 생전 지내던 자택도 누나인 김옥길 전 이화여대 총장(1921~1990)을 기리기 위해 원로 건축가 김인철에게 의뢰해 ‘김옥길 기념관’으로 건축해 이화여대에 기증했다.

제자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연세대 동문회장으로 기획했던 장례식도 유족과 상의해 취소하고, 서대문구 자택에 분향소만 마련했다.

1928년 10월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자 월남했다. 이후 연세대 영문학과를 다녔고 미국 유학을 떠나 에반스빌대와 보스턴대에서 각각 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귀국후 모교인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운동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회비판적인 글을 쓰며 학생운동권 배후로 지목돼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곧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으며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들어갔고, 같은 해 14대 총선 서울 강남갑 선거구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으나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짧았던 기성 정치인 생활을 마무리했다.

나비넥타이와 콧수염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고인은 1980년대 정치평론을 하면서 ‘이게 뭡니까’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으며, 말년에는 보수진영 원로이자 보수논객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특유의 유머와 논리로 국내 시사 평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유족으로는 누이인 옥영·수옥 씨가 있으며 장례는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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