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UPI=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UPI=연합뉴스]

"친애하는 친구"(Dear friend).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나눈 첫 인삿말이다.  

'3연임' 성공 직후 첫 해외 나들이로 20일(현지시간)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 주석을 맞은 푸틴은 결속을 강조했다. 

두 정상이 직접 대면한 것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계기에 양자 정상회담을 한 후 6개월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NㆍB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예정대로 모스크바에 도착, 2박3일 간의 방문 여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도착 직후 러시아와 함께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일성을 밝혔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감사하는 등 두 정상이 공조를 과시했다.

이날 오후 모스크바 브누코보 제2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은 이후 첫 일정으로 크렘린궁을 찾아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푸틴은 이달 초 결정된 시 주석의 3연임을 축하했다.

푸틴은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노고가 높이 평가됐다"며 "중국이 지난 수년간 급속히 발전한 데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심지어 러시아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의 지도력 하에 중국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시 주석이 러시아·중국 관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안다"며 "중국은 대부분 국제 이슈에 있어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발표한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항상 협상에 열려 있다. 우리가 존중하는 중국의 우크라이나 관련 입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가 1850억달러 규모(242조3000억원)로 지난 10년간 2배로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며 "양국은 많은 공통의 목표가 있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다시 찾게 돼 매우 기쁘다"며 "러시아는 중국 국가주석으로 재차 선출된 뒤 처음으로 방문한 나라"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을 위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도착했다[스푸트니크=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을 위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도착했다[스푸트니크=연합뉴스]

이어 "양국이 같거나 비슷한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각국의 번영을 위해 노력했고,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말에 화답했다.

또 시 주석은 "우리는 포괄적 전략적 협력의 파트너로, 이는 양국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중국은 양국 관계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지도하에 상당한 국가 발전을 이뤘다"며 "2024년 대선에서 러시아 국민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은 4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시 주석은 이날 모스크바 도착 직후부터 국제 무대에서 양국 공조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서면 연설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중심의 국제 체제를 단호히 수호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기반한 국제관계 규범과 국제법을 토대로 한 세계 질서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의 다극화, 국제관계의 민주화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또 "푸틴 대통령과 상호 이익이 되는 역내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전략적 협력관계 발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양국관계 발전은 세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며 "이번 방문이 유익하고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AP=연합뉴스]

이번 방문 기간 양국 정상은 양국 관계 및 주요 국제·역내 현안에 대해 의논할 예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한 방안도 논의된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화를 재개하고 휴전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또 시 주석이 이번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시 주석의 방러에 대해 "평화의 여정"이라고 표현하는 등 시 주석이 적극적인 중재 행보를 통해 외교적 존재감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UPI= 연합뉴스 자료 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UPI= 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러나 중국의 우크라이나 해법을 놓고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점령지 철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방측도 해당 입장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시 주석의 방러 직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전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 역시 시 주석의 이런 행보를 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제공에 합의할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무기 지원에 선을 긋고 있으나, 미·중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시 주석이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후 처음 외국 방문으로 러시아를 찾는 것을 두고 양국의 반미 연대 무기 제공으로까지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각국 주요 매체에 대한 기고문에서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다", "미국의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억제하려 하는 행태가 갈수록 횡행하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도 직접적인 무기 제공 시 서방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간 거래를 통한 우회로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브누코보 제2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타스=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브누코보 제2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타스=연합뉴스]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2019년 6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2월 중국을 방문했고, 당시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무제한 협력'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22일까지 러시아에 머물 예정으로, 오는 21일에는 양국 대표단이 배석한 공식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시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 "러시아의 범죄 행위에 대해 외교적 은닉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AF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날 '2022 인권보고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중"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이를 통해 자체적인 정전협상을 재강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어떤 제안도 환영한다"면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계획의 핵심 요소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유지하는 것이고, 이를 우선시하지 않는 계획은 기껏해야 전술적 지연이거나 건설적이지 않은 부당한 결과를 조장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포함하지 않는 정전은 곧 러시아의 점령에 대한 효과적인 재가"라며 "이는 무력으로 이웃 영토를 차지하려는 러시아의 의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침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대책이 없는 정전은 푸틴 대통령이 휴식을 취한 뒤 군을 재정비해 전쟁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을 도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커비 NSC 조정관[UPI=연합뉴스]
커비 NSC 조정관[UPI=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직접 압박하길 권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대화 및 전면 휴전 등을 지난달 제안한 것을 거론하며 "모든 국가의 영토 및 주권 존중이 (이 제안의) 핵심 요점"이라면서 "우리는 시 주석이 이 요점을 옹호할 것을 권고한다. 여기에는 유엔 헌장에 따라 러시아 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에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로켓), 155mm 포탄, 고속 대(對)방사 미사일(HARM), AT-4 대(對)전차 무기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전선에서 발사되는 HIMARS[EPA 캡처]
우크라이나 헤르손 전선에서 발사되는 HIMARS[EPA 캡처]

<원문 참고: https://www.wsj.com/articles/chinas-xi-arrives-in-moscow-as-beijing-seeks-to-position-itself-as-a-peacemaker-8f11d364?mod=hp_lead_pos5

https://edition.cnn.com/2023/03/20/europe/xi-putin-china-russia-visit-monday-intl-hnk/index.html

https://www.bbc.com/news/world-asia-65018657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putin-welcome-xi-moscow-under-shadow-ukraine-war-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