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각료 19명 중 14명을 물갈이하는 대폭 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습 사망 이후 구심점을 잃은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에 대한 대우에 관심이 쏠렸던 이번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배려해 당내 결속 강화를 꾀하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아베파)과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아베파) 등 14명의 각료가 교체됐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기시다파)과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아베파) 등 5명의 각료는 유임됐다.

교체된 14명 중 9명은 처음 입각했다. 나머지 5명은 입각 경험자들이다.

방위상에는 하마다 야스카즈(무파벌) 중의원이 기용됐다. 방위상과 방위청 부장관, 중의원 안전보장위원장 등을 지낸 12선의 안보 분야 전문가다.

경제안보담당상에는 다카이치 사나에(무파벌)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디지털상에는 고노 다로(아소파) 자민당 홍보본부장이 재입각했다. 두 사람은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와 경쟁한 인물이다.

각료 19명의 파벌을 보면 아베파(97명·이하 소속 국회의원)와 3위인 아소파(50명)가 각 4명, 2위인 모테기파(54명)와 4위인 기시다파(43명)가 각 3명이다. 파벌 간 균형을 맞춘 모습이다.

기존 내각과 비교하면 아베파와 기시다파 각료 수는 그대로인 반면 아소파는 1명 늘고 모테기파는 1명 줄었다.

자민당 4역에선 모테기파의 수장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유임됐다.

당의 정책을 조율하는 정조회장에는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이었던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이 임명됐다.

총무회장에는 엔도 도시아키(다니카기그룹) 선거대책위원장, 선대위원장에는 모리야마 히로시(모리야마파) 총무회장 대행이 임명됐다. 당 4역 중 두 자리를 비주류에 배정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교도통신은 "장기 집권을 노리고 당내 배려를 우선시했다"며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와 보수층의 이반을 경계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통일교로부터 선거 지원을 받았다고 인정한 기시 방위상을 교체하면서도 안보담당 총리보좌관으로 기용했고, 하기우다 경산상을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발탁해 아베파가 당 4역 가운데 한 자리를 계속 차지할 수 있게 했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아베파를 배려하고 비주류도 안배하면서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 아래 정권 내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다음 달 초순 개각과 당직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자민당 의원과 통일교 간 연관 논란, 아베 전 총리 '국장'(國葬) 논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함에 따라 국면 타개를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의 지난달 30∼31일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1.0%로 직전 조사 대비 12.2%포인트 급락했고, 요미우리신문의 이달 5∼7일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57%로 직전 조사 대비 8%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기시 방위상과 하기우다 경산상 등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의 관계를 스스로 인정한 7명의 각료가 교체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