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사진출처=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국내에서 테라·루나 사태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관련 법과 제도적인 장치 미비로 투자자들의 피해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내 거래소들을 상대로 제2의 테라·루나 사태 재현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5대 거래소는 최근 공동협의체인 DAXA를 출범하고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 자율 개선 계획'의 첫 스텝을 밟고 있다. 동시에 정부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시장 특성을 반영한 올바른 제도 확립을 위해선 보다 강력한 규제와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테라·루나의 피해 사례가 커진 요인으로 금융당국의 뒷짐 운영과 수익에만 매몰된 대형 거래소들의 늑장 대처에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0개의 중소 거래소를 회원사를 둔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도 최근 업계를 겨냥한 쓴소리를 내고 있다. KDA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KDA는 지금까지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총 4회에 걸쳐 입장문을 발표했다.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5대 거래소에 앞서 거래소들의 상장 심사·폐지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오는 7월 하순에는 국회 및 관련 학회 등과 공동으로 '디지털자산법 제정 방향 정책포럼'을 개최한다. 학계와 전문가, 정부, 기업 관계자 등 전문성과 다양성이 융합된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KDA와 함께 테라·루나 현 상황의 진단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 짚어봤다. 다음은 강성후 KDA 회장과 일문일답.

Q. 최근 코인시장을 강타한 테라·루나 사태가 준 교훈이 많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이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세계 여러 나라들이 제도화에 너무 소홀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가상자산 통합법이 없이 기준 법에 의해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각각 대응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과 기존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율할 수 있는 분야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데다 가상자산법도 제정·시행하지 않은 결과가 사태를 키운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혼란과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또 다른 이유로는 (코인시장이) 국경없는 다국적 경제활동임에도 이를 규율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없어 글로벌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울러 각국이 저마다의 이익 창출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Q. 거래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뒤늦은 대응으로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선 코인 발행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두 번째는 거래소의 책임이다. 주식 시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장(IPO)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해당 기업의 가치를 객관화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은 거래소 상장을 통해서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테라·루나 사태는 예치 시 20% 수익을 약속하는 앵커 프로토콜 작동 방식의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받아왔고 고수익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폰지사기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사태라는 것이다. 

루나 상장 과정에서 거래소들이 보다 신경을 쓰고 세밀하게 심사를 진행했어야 했다. 상장 후에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 변동사항을 공시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폭락에 의한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대응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Q. 정치권에서는 거래소마다 상장 심사 기준을 비롯해 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 절차적 차이가 있어 투자자에게 혼선을 안겨줬다고 꼬집기도 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코인 상장 과정은 투자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투명해야 한다.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려면 모든 거래소들은 특정 코인이 어떠한 이유로 심사를 통과했는지 상장심사 결과표를 공개해야 한다.

상장 후 관리도 마찬가지다. 테라·루나 사태를 키운 원인에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대형 거래소는 물론 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들도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크다. 또한 지나친 수익 중심 운영, 도덕적 해이가 빚은 예견된 인재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대형 거래소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은 그간 이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제도화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가 붙으면 코인의 상폐·폭락 리스크로부터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Q. 금융당국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보는지.

-법이 없어 규제할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말한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증권법에 의해 상당수 코인들을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국제적 동향을 감안해 규제하겠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러한 사례를 무시해온 결과로 상당한 책임이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일 발표한 국정과제로 "디지털 자산은 자본시장법에 의한 증권형 코인과 향후 제정되는 디지털자산법에 의한 비증권형 가상자산으로 규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국은 하루 빨리 미국 등의 사례를 감안해 증권형 가상자산 범주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사례를 들 수 있다. 금융위가 뮤직카우의 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함에 따라, 한국에서도 미국 투자계약 정의 판례로 하위기준(Howey Test)을 적용해 신생 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이번 사례를 기점으로 향후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Q. 준비금 확보 의무조항 삽입, 준비금 현황 공시 등 스테이블 코인에 특수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극히 당연하다. 미국은 지난 6월 7일 양당이 공동 발의한 금융혁신법에서도 현재 유통중인 대부분의 코인을 증권형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증권형 가상자산으로 적용할 경우 스테이블 코인 역시 자본시장법에 의한 준비금 확보 및 공시 등이 당연히 적용 돼야 마땅하다.  

테라 USD(UST)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취약점이 명확히 드러난 바 있다. UST 디페깅 사태는 스테이블 코인의 양적 성장에 비해 수요처가 한정적이거나 알고리즘 작동이 급격한 대량자금 이탈 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내외부적 충격이 악순환 고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Q.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코인 규제를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시장에 일임하면 사실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디지털자산은 초국경적 경제행위이기 때문에 국제 정합성 차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법 제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올 10월까지 미국 해당 부처가 백악관에 제출하는 규제 보고서 내용 등을 감안해 디지털자산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법 시행 전 과도기적 조치로 거래소 자율협약을 규정하고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특정 거래소 또는 발행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 또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도 명확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에 의한 증권형 가상자산 적용 기준을 조기 확정, 발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이는 법 적용의 모호성을 하루 빨리 제거해 주고 시장에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Q. 향후 정부의 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제언해주신다면. 시장 활성화, 규제 중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땜질 처방'과 '뒷짐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상통화는 가격 변동성이 높으니 투자에 신중하라', '투자 결과는 투자자 책임이다', '법이 없어 정부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은 그만해야 한다. 앞서 강조했듯 자본시장법에 의한 증권형 토큰 적용기준부터 정리하는 것이 첫 단추다.

또한 민관이 참가한 가운데 국가 차원의 디지털 자산 산업 정책방향의 청사진을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로는 한국을 디지털자산 글로벌 허브로 키우는 데 있다.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조사에 따르면 2026년까지 한국 가상자산 규모가 10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20%씩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같은 규모가 되면 가상자산 유관산업과 기업에서 창출되는 고용 기회는 4만명, 경제적 생산 가치는 5조원에 이를 것이다.

'디지털자산 허브 Korea'의 실현 방안으로는 해외 사례에서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사례를 참조해 규제자유특구 지정 운영(현재 지정된 금융 중심지 – 서울 여의도·부산 문현지구)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스위스 추크의 크립토밸리처럼 디지털자산 글로벌 허브 추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선 컨트롤 타워인 장관급 전담부처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KDA는 '디지털자산 허브 Korea' 추진방안과 관련한 정책포럼을 개최해 앞으로도 금융당국과 국회 등과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