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케미칼의 대표 혈액순환개선제 '기넥신F(성분명 은행엽건조엑스, 연구코드명 GNX80)'가 말초동맥질환(PAD) 환자의 보행거리를 유의하게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표준 치료제인 실로스타졸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체 요법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및 안암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을지대학교병원 등 국내 15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간헐적 파행증 환자의 보행거리 개선에 대한 기넥신F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4상 임상시험을 수행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간헐적 파행증은 말초동맥질환의 가장 흔한 특징 증상이다. 일정 거리를 걸으면 양쪽 혹은 한쪽 다리에 통증이 시작돼 보행을 중지하게 되는데, 휴식을 취하고 나면 통증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인다.
SK케미칼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임상시험은 2022년 9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만 20세 이상 안정형 말초동맥질환 및 폰테인(Fontaine) 분류 IIb기 간헐적파행증을 앓는 환자 12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상 환자들은 기넥신F 80mg을 1일 2회(총 160mg/일) 복용하는 투여군과 위약 복용군으로 1대 1 무작위 배정돼 24주 동안 약물을 투여받았다.
무작위 배정된 환자의 평균 연령은 67.3세, 남성 비율은 92.6%였으며, 하지 동맥의 평균 협착률은 두 군 모두 77.3%로 중증의 혈관 협착을 동반한 상태였다.
기저질환으로는 고혈압 81.0%, 이상지질혈증 68.6%, 당뇨병 52.9% 순이었으며, 관상동맥증후군 등 심혈관 질환 병력을 보유한 비율도 43.8%에 달했다. 대상 환자의 대다수는 스타틴 계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91.7%)와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등 항혈소판 단일제를 병용 투여 중이었다.
계획서 순응군 보행거리 69.8m 연장 … 위약 대비 3.6배 개선
연구의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표준화된 트레드밀 검사(경사도 12%, 시속 3.2km)를 통해 측정한 '24주 시점의 최대보행거리(MWD) 변화량'이었다.
연구 계획서를 충실히 이행한 계획서 순응 집단(Per-Protocol, PP군 91명) 분석 결과, 기넥신F 투여군(40명)의 최대 보행거리는 기저치 대비 평균 69.8m 증가했으나, 위약군(51명)의 증가폭은 19.3m에 그쳤다. 기넥신F는 위약 대비 3.6배 높은 보행거리 증가를 기록하며 통계적 유의성(p=0.041)을 확보했다.
전체 분석 집단(Full Analysis Set, FAS군 107명) 분석에서는 기넥신F 투여군(50명)의 최대 보행거리가 기저치 354.1m에서 24주 후 413.1m로 59.0m 늘어나, 361.1m에서 373.1m로 12.1m 증가한 위약군(57명)과 비교해 수치적 개선 경향을 보였다(p=0.095).
다만 FAS 분석에서는 통계적 유의성까지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치료 효과가 주로 24주 시점에서 나타난 데다, 기넥신F 투여군에서 연구 완료 전 이탈(부작용과 관련 없는 사유에 따른 중도 이탈) 환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누락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통계적 방법인 'LOCF(Last Observation Carried Forward, 가장 마지막에 측정된 값을 그대로 이어서 채워 넣는 방식)'를 사용하면서 추정된 치료 효과가 약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2차 평가변수인 무통증보행거리(PFWD)의 경우 24주 시점 FAS군에서 기넥신F 투여군이 평균 88.0m 늘어나 위약군(56.6m) 대비 높은 개선폭을 보였다. PP군에서도 기넥신F 투여군이 94.9m 증가해 위약군(68.4m)보다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팔과 발목의 혈압을 비교한 발목상완지수(ABI)는 기넥신F 투여군(기저 0.72에서 24주 0.73)과 위약군(기저 0.74에서 24주 0.74) 모두에서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기넥신F가 대혈관 구조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하지 골격근의 미세혈류 순환을 개선하는 약리 기전을 보유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투약 중단 이상반응 '0건' … 실로스타졸 한계 극복 대안 평가
안전성 분석 집단(SS군 118명)에서 기넥신F군의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35.1%로 위약군(26.2%)과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p=0.296).
특히 임상시험 기간 기넥신F 복용으로 인한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한 환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 빈도 역시 위약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간헐적 파행증 표준 치료 약물은 실로스타졸과 펜톡시필린 두 가지다. 그러나 펜톡시필린은 최근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실로스타졸이 사실상 유일한 표준 약제로 처방되고 있다.
문제는 실로스타졸 처방 환자의 약 20%가 3개월 이내에 복약을 중단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PDE3 억제 기전의 특성상 두통, 심계항진(두근거림),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중증도의 심부전 환자에게 투약이 금기된다는 점도 실로스타졸 처방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고령 환자군에서 출혈이나 심혈관계 부작용 없이 보행거리를 연장한 이번 기넥신F 연구 결과는 실로스타졸을 복용하기 어렵거나 부작용으로 약물을 중단해야 하는 환자에게 기넥신F가 안전한 대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6000억 블록버스터 '기넥신' … 순환기 처방 영역 확장 탄력
기넥신F는 1992년 출시 이후 30년 만인 2022년 누적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한 데 이어 최근 누적 매출 6000억 원을 넘어선 SK케미칼의 대표 품목이다.
국내 은행잎 추출물 제제 시장(연간 약 800억 원 규모)에서 기넥신은 연간 300억 원대의 처방 실적을 기록하며 약 40%의 시장 점유율로 20년 넘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4상 임상 결과를 통해 기넥신F는 연간 800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실로스타졸 시장의 틈새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부작용으로 실로스타졸을 중단하는 환자나 심부전을 동반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처방 전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의 말초동맥질환 환자 대다수가 미세혈관 순환장애로 인한 어지럼증, 이명, 인지장애 등을 함께 호소한다는 점도 기넥신F의 처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넥신F가 지닌 뇌 기능 및 인지장애 개선 효과에 이번 간헐적 파행증 환자 보행거리 개선 데이터를 결합해 통합 혈관 관리 약제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표준 약제의 미충족 수요를 겨냥할 수 있는 임상적 무기를 확보한 기넥신F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심장학회 공식 학술지 '코리안 서큘레이션 저널(KCJ, Korean Circulation Journal)'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