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약업계가 원가 부담 가중과 수익성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주요 일반의약품의 가격을 연이어 인상하고 있다. 감기약과 변비약, 소염진통제 등 소비자가 자주 찾는 대표 품목들의 공급가 상향 조정이 하반기 들어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명인제약은 오는 11월부터 변비치료제 '메이킨큐장용정'의 공급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 메이킨큐장용정은 취침 전 복용하면 다음 날 아침 효과가 나타나는 생약·양약 복합 성분 변비약으로, 명인제약의 일반의약품 매출을 견인하는 주력 품목 중 하나다.
명인제약은 최근 거래 의약품 유통업체와 약국가에 이 같은 내용의 가격 인상 일정을 전달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가격 조정 사유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원부자재 비용 및 제조 경비 증가다.
동화약품은 이달부터 마시는 감기약 '판콜에스내복액'의 출하가격을 약 16% 인상했다. 이번 가격 조정은 지난 2023년 10월 도매 공급가격을 약 14% 올린 이후 3년 만에 이뤄졌다.
판콜에스는 해열·진통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액상형 종합감기약으로, 최근 수년간 국내 감기약 시장에서 매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품목이다. 동화약품 역시 원부자재 가격과 제조·물류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을 출하가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환절기 감기약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10월을 기점으로 판콜에스의 공급가격이 오르면서, 일선 약국의 매입 부담과 이에 따른 소비자 판매가격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신제약은 지난달 1일부터 소염진통제 '타벡스겔'의 공급가격을 인상했다. 주력 규격인 타벡스겔 50g 제품의 공급가 인상률은 약 5.5%다. 타벡스겔과 함께 소화제 '복합파자임이중정' 10정 제품의 공급가격도 같은 날 약 5.6% 상향 조정했다. 두 품목은 신신제약이 지난해 9월 부광약품으로부터 독점 판매권을 확보해 2028년까지 공급하는 제품이다.
회사 측은 주성분 원료의 수입가격 상승과 부자재비, 인건비 인상 등을 가격 조정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특히 신신제약은 이번 공급가 인상 공문을 통해 일선 약국에 권장 소비자 판매가격 기준을 함께 안내하며 유통 가격 관리에 나섰다.
이들 품목 외에도 올해 들어 제약업계 전반에서 다수의 일반의약품 공급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연초부터 시작된 가격 조정 흐름은 상반기를 거쳐 하반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태극제약은 지난 1월 '타미락신연고', '디페낙겔', '태극유레아연고', '메가토스씨정' 등 연고제와 정제류 10개 품목의 출하가를 5~10% 올렸으며, 대원제약은 지난 4월 '콜대원' 브랜드 9개 제품의 공급가격을 최대 14.3% 인상했다.
지난 7월에는 삼진제약이 식욕촉진제 '트레스탄캡슐'의 공급가를 15% 올렸고, 소아 지사제 '하이드라섹산(11.8~37.0% 인상)' 등의 공급가격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이어 지난 9월에는 현대약품이 외용 소염진통제 '현대물파스에스(88ml)'의 공급가격을 기존 2750원에서 3300원으로 20% 인상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연이어 일반의약품 가격을 올리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원료의약품(API) 및 부자재 조달 비용의 상승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공급망 여건과 환율 변동에 따라 제조원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근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입 원료 단가가 높아졌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해외 원료 생산업체들이 공급 단가를 올리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의약품 포장에 사용되는 유리병, 알루미늄 호일, 플라스틱 용기, 종이 패키지 등 부자재 가격의 연쇄 상승도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특히 액상형 감기약이나 외용 겔제, 연고제 등은 용기와 포장재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부자재 단가 인상이 제품 원가율 상승으로 직결된다.
제약사 내부의 사업 구조적 측면에서는 전문의약품 부문의 수익성 둔화를 만회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다. 올해 들어 정부의 약가 사후관리 강화와 제네릭 약가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문의약품 시장에서의 마진 확보가 예년보다 까다로워졌다.
전문의약품은 건강보험 급여 상한금액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지만, 일반의약품은 제약사가 시장 상황과 원가율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출하가를 결정할 수 있다. 약가 인하 등으로 줄어든 이익 규모를 방어하기 위해 가격 결정권이 있는 일반의약품의 마진율 개선에 나서는 구조다.
여기에 장기간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소비자의 구매 이탈이 크지 않은 유명 일반의약품의 시장 특성도 제약사들의 가격 조정 결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가 상승 압박과 수익성 방어라는 내부 요인에 시장 지배력이라는 외부 조건이 맞물리면서, 일반의약품 가격 조정은 일부 기업의 개별 행보를 넘어 업계 전반의 구조적 흐름으로 확산하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경비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만큼, 그동안 가격을 동결해 온 다른 주요 일반의약품들로 공급가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