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제약 미국법인 전경. [사진=다케다 홈페이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다케다의 기면증 1형 치료제 '오르제이풀(ORZEYFUL, 성분 오베포렉스톤·oveporexton)'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 오렉신 결핍이라는 질환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원인을 직접 겨냥한 최초 계열 치료제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의 허가 관문을 통과하면서 기면증 치료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5일(현지시간) 오르제이풀을 성인 기면증 1형 치료제로 승인했다.
오르제이풀은 경구용 오렉신 수용체 2형(OX2R) 작용제다. 미국에서 기면증 1형의 개별 증상이 아니라 질환 전체를 치료하도록 승인된 유일한 의약품이자, 질환을 일으키는 오렉신 신호 소실을 직접 겨냥한 첫 치료제다.
다케다는 지난달 중국에서 먼저 오르제이풀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중국 허가 대상은 16세 이상 기면증 1형 환자이며, 미국에서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됐다.
기면증 1형은 각성과 수면, 근육 긴장도를 조절하는 오렉신을 생성하는 뇌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만성 희귀 신경질환이다. 미국 내 환자는 약 12만 명으로 추산된다.
환자에게는 낮 시간의 과도한 졸림과 함께 감정 변화에 따라 갑작스럽게 근육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수면마비, 입면·각성 시 환각, 야간 수면 분절 등이 나타난다. 인지 기능과 직장·학업·사회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 치료는 각성제나 진정제 등을 이용해 주간 졸림과 탈력발작 등 개별 증상을 조절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오르제이풀은 체내 오렉신이 자극하는 OX2R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소실된 오렉신 신호를 보완한다.
이를 통해 각성을 촉진하고 탈력발작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렘수면 유사 현상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하루 두 차례 복용하는 경구제다.
2건의 글로벌 3상서 증상 전반 개선
이번 승인은 글로벌 임상 3상 '퍼스트라이트(FirstLight·TAK-861-3001)'와 '레이디언트라이트(RadiantLight·TAK-861-3002)'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두 연구에는 성인 기면증 1형 환자 273명이 참여했다. 무작위배정·이중눈가림·위약대조 방식으로 12주간 진행됐다.
오르제이풀 2mg을 하루 두 차례 투여받은 환자들은 위약군보다 낮 동안 깨어 있는 능력이 개선됐다. 주간 과다졸림과 탈력발작 빈도도 감소했다.
수면마비와 환각, 야간 수면장애 등 기면증 1형의 다른 주요 증상에서도 개선이 확인됐다. 다케다는 두 연구에서 주간 과다졸림과 탈력발작, 건강 관련 삶의 질을 포함한 증상 전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불면증과 빈뇨, 절박뇨, 타액 분비 증가였다.
통합 임상 3상 분석에서 불면증은 오르제이풀 2mg 1일 2회 투여군의 60%에서 나타났다. 1mg 투여군은 55%, 위약군은 1%였다.
빈뇨 발생률은 2mg 투여군 58%, 1mg 투여군 53%, 위약군 5%였다. 절박뇨는 각각 16%, 15%, 1%로 보고됐다. 다케다는 이 같은 하부요로 증상이 배뇨 조절에 관여하는 중추신경계의 OX2R을 활성화하는 작용기전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아틴인산화효소(CPK)가 정상 상한치의 5배를 초과해 상승한 사례도 오르제이풀 투여군의 11%에서 관찰됐다. 위약군에서는 5%였다. 일부 환자에서는 CPK와 간 효소 수치가 함께 크게 상승해 치료를 중단했다.
관련 사례에서 미오글로빈뇨나 신장 기능 손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케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근육통이나 근력 저하, 짙은 색 소변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알리도록 권고했다.
강력한 CYP3A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오르제이풀을 사용할 수 없다. 중등도 CYP3A 억제제도 오베포렉스톤 노출을 높여 이상반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강력하거나 중등도인 CYP3A 유도제는 오베포렉스톤의 대사를 촉진해 혈중 농도와 치료 효과를 낮출 수 있다.
DEA 분류 결정 뒤 미국 공급
오르제이풀은 FDA로부터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와 우선심사(Priority Review) 지정을 받아 심사를 진행했다.
미국 내 실제 판매를 위해서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규제물질 분류 절차가 남아 있다. 다케다는 DEA 결정이 90일 이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규제물질 등급이 확정되면 전문약국을 통해 미국 의료기관과 성인 기면증 1형 환자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오르제이풀은 남용과 오용 가능성도 있어 투여 전 환자의 약물 남용 이력을 평가하고, 치료 과정에서 관련 징후를 관찰해야 한다. 특히 중추신경계 자극제 남용 이력이 있는 환자는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케다는 오르제이풀을 자사의 오렉신 치료제 사업을 이끌 핵심 자산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회사는 기면증 1형과 기면증 2형, 특발성 과다수면증을 대상으로 또 다른 경구용 오렉신 작용제 'TAK-360'을 개발하고 있으며, 'TAK-495'도 연구 중이다.
이번 FDA 승인은 오렉신 결핍이라는 병태생리를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가 실제 의료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의 증상별 치료를 넘어 기면증 1형의 주요 증상 전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마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