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4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 결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챗GPT 생성][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영국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이 합산 기업가치 약 4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 결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사가 최근 수개월간 결합 가능성을 협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성사되면 세계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 가운데 하나가 되며, 합병 법인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4위 제약사로 올라설 전망이다.
구체적인 거래 구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금과 주식을 함께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가까운 시일 안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는 반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BMS도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보다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키우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주요 제품의 특허만료 이후 성장 동력이 필요한 BMS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양사가 모두 항암제 분야에서 강한 사업 기반을 갖고 있어 거래 성사 여부 못지않게 반독점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매출 확대 필요한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의 시가총액은 약 1960억 파운드, BMS는 약 1330억 달러로 평가된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글로벌 제약업계의 지형을 단번에 바꿀 초대형 사업자가 탄생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6월 뉴욕에서 직상장을 마쳤다. 런던 상장을 유지하면서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영국에서는 주요 상장기업들이 미국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연매출 8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은 587억 달러였으며, 미국에서 이미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올리고 있다.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30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BMS와의 결합이 현실화하면 2021년 희귀질환 기업 알렉시온(Alexion)을 390억 달러에 인수한 기존 최대 거래를 크게 넘어선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중국 바이오기업들과 기술도입 계약을 확대하며 신약 파이프라인도 강화하고 있다. BMS와의 결합은 항암제와 면역질환 분야를 보강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사업 기반을 더욱 넓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셀진 인수 후유증·특허절벽 직면한 BMS
BMS는 주요 의약품의 독점권 만료에 따른 대규모 매출 감소 위험에 직면해 있다.
회사는 2019년 바이오기업 셀진(Celgene)을 740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거래가 기대했던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핵심 제품들의 특허만료 시점도 다가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결합은 BMS가 특허절벽 충격을 완화하고 항암제와 희귀질환, 심혈관·신장·대사질환 분야의 사업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항암제에서 약 2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BMS도 면역항암제를 중심으로 대형 항암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양사의 결합은 항암제 시장에서 막강한 포트폴리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항암제 중복이 매력이자 최대 걸림돌
양사의 항암제 사업 중복은 결합의 전략적 매력인 동시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쟁당국은 특정 암종과 치료 단계에서 양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 신약 경쟁에 미칠 영향, 일부 제품이나 파이프라인 매각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국경을 넘는 거래라는 점도 정치적 부담을 키운다. 영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번 거래를 계기로 법적 본거지를 미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자국의 대표 제약기업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영국 정부와 정치권의 면밀한 검토가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의약품 가격과 시장 집중도가 주요 심사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인수·합병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양사의 항암사업 중복이 큰 만큼 일부 자산 매각 등 조건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BMS 주가는 올해 들어 21% 상승한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주가는 같은 기간 8% 하락했다.
협상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거래 구조와 경영권 배분, 본사 소재지, 규제 대응 방안 등을 둘러싼 합의가 필요하다.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양국 정치권과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번 논의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미국 시장 확대가 필요한 아스트라제네카와 특허절벽 이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BMS가 서로를 잠재적 해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의 대형화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