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1위로, 여성 암의 약 20%를 차지한다. 주요 발병 요인은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HER2) 단백질과 여성 호르몬(HR)인 에스트로겐이다. 전체 유방암의 70%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인 HR+ HER2- 유형에 해당한다. [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방암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으로 주목받았던 경구용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가 당초 예상과 달리 적응증 확대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1위로, 여성 암의 약 20%를 차지한다. 주요 발병 요인은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HER2) 단백질과 여성 호르몬(HR)인 에스트로겐이다. 전체 유방암의 70%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인 HR+ HER2- 유형에 해당한다.
HR+ HER2- 유방암의 한계와 SERD의 등장
폐경 후 HR+ HER2- 유방암의 표준 치료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활용한 내분비요법이다. 그러나 에스트로겐 수용체 유전자인 ESR1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내분비요법으로는 치료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최대 40%에서 이러한 ESR1 변이가 확인된다.
SERD는 내분비요법에 불응하는 재발성 HR+ 유방암 치료제다. 이 약물은 ESR1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고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 성장을 차단한다.
대표적인 SERD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파슬로덱스(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다. 지난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음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연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5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다만 주사제라는 특성상 투약 편의성이 낮아, 경구용 SERD가 이를 대체할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시장에서는 경구용 제제가 나올 경우 연매출 60억 달러(약 9조 1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오르세르두'의 성적표
이러한 기대 속에 등장한 약물이 이탈리아 메나리니 그룹(The Menarini Group)의 '오르세르두(Orserdu, 성분명: 엘라세스트란트·elecestrant)'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취득한 이 약물은 최대 30억 달러(한화 약 4조 5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오르세르두'의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이 구체적인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연간 약 6000만 달러(한화 약 900억 원)에서 1억 달러(한화 약 15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르세르두'의 매출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ESR1 변이 환자에게만 2차 치료제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내분비요법 내성 기전은 복합적이며, ESR1 변이가 발생하더라도 경구용 SERD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주사용 SERD 제제인 '파슬로덱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상황에서, 적응증이 한정된 경구용 SERD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차세대 치료제의 미래, 블록버스터 아닌 니치 마켓으로
그렇다고 업계의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AZ는 현재 자사의 경구용 SERD 후보물질 '카미제스트란트(camizestrant)'를 병용요법제로 내세워, 유방암 1차 치료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과거의 낙관론에서 벗어나 경구용 SERD 시장 규모를 10억 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냉정해진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구용 SERD 시장은 거대 블록버스터급 영역보다는 특정 환자군을 겨냥한 니치 마켓으로서의 가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참고로 유방치료 영역에서 경구용 SERD가 고전을 거듭하는 사이 시장의 주도권은 항체약물접합체(ADC)가 행사하고 있다. AZ와 일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의 유방암 치료용 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2025년 50억 달러(한화 약 7조 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차세대 유방암 치료제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구축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