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외교협회는 바이오 및 의약품을 반도체와 동일한 수준의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범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규제 혁신을 촉구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제미나이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가 미국의 중국 제약 및 바이오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 2일 발표된 국가전략보고서 '제약 산업의 병목 현상: 미국이 중국 제약 및 바이오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The Pharma Choke Point: How to Reduce U.S. Dependence on Chinese Pharmaceutical and Biotechnology Supply Chains)'은 단순한 시장 의존을 넘어 혁신 파이프라인 자체가 중국에 종속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미국외교협회는 바이오 및 의약품을 반도체와 동일한 수준의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범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규제 혁신을 촉구했다.
공급망의 3단계 위기: 원료부터 혁신 파이프라인까지
이번 보고서는 미국 제약 공급망의 위기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제네릭 의약품의 원자재 및 상류 공급망 의존이다. 미국 시장 내 주요 필수 의약품인 '아목시실린(Amoxicillin)'의 94%, '헤파린(Heparin)'의 74%,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의 70%가 중국의 통제 아래 있는 핵심출발물질(KSM)에 의존하고 있어, 하류 단계에서의 다변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두 번째는 제조 및 임상 역량의 중국 이동이다. 특히 '단클론항체(mAb, Monoclonal Antibodies)'와 같은 혁신적 생물학적 제제는 신약 발굴부터 임상, 위탁 생산에 이르기까지 가치 사슬 전반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5개 후기 임상 단계 단클론항체 프로그램 중 약 32개가 중국 기업의 손에 있다. 특히 '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는 미국 고객사의 신약 개발 프로그램 절반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세 번째는 연구개발(R&D) 인프라에 대한 통제력이다. 전 세계 합성 DNA 공급량의 86%를 점유하는 기업 중 하나가 중국계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핵심 원료인 합성 DNA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미래 바이오 혁신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변수로 지적됐다.
단순 제조 종속을 넘어선 '라이선스 계약의 덫'
미국외교협회는 "이러한 위기가 수십 년간 지속된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전략과 보조금 투입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기업과 맺는 라이선스 계약이 단순한 제조 위탁을 넘어 상업적 권리, 공정 기술, 그리고 임상 데이터까지 이전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정책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기술 종속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중국이 과거 희토류를 무기화했던 사례를 들어, 제약 공급망 또한 지정학적 무기로 돌변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핵심 광물 확보에 버금가는 긴급한 자원 투입과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외교협회가 제시한 단계별 정책 방향
미국외교협회는 단기적 조치로 '생물보안법(BIOSECURE법)'을 최소 기준으로 삼되, 국가 안보와 직결된 의료 대응책 개발 시 중국 위험 대비 계획을 전면적으로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FDA 내 '최초 인체(First in Human)' 임상시험 가속화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호주나 노르웨이처럼 임상 시작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동맹국 내 신뢰할 수 있는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국 내 국가 바이오의약품 제조 우수 센터를 설립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책실(OSTP) 주도의 범부처 협력 사업을 통해 AI 기반의 바이오 데이터 및 디지털 '화학, 제조 및 관리(CMC)' 체계를 구축하여 제조 공정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