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시장은 세대 구분을 통해 기술의 발전 정도를 가늠한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세대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제미나이로 제작한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의약품 시장에서 세대 구분은 기술의 발전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의약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1세대, 2세대, 3세대 등으로 세대가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세대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예컨대 항암제는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 ▲2세대 표적 항암제 ▲3세대 면역 항암제로 명확히 구분된다. 각 세대는 이전 세대의 기술적 한계를 혁신으로 보완하며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해 왔다.
항암제의 세대 분류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가진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하지 못하던 1세대의 한계는 2세대 표적 항암제로, 특정 유전자 변이에 의존하던 2세대의 한계는 3세대 면역 항암제로 극복하는 등 세대 간 명확한 인과관계와 대체 구조를 갖는다.
물론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또한 △1세대 스테로이드 제제, △2세대 사이토카인 억제제, △3세대 정밀 표적 치료제로 편의상 분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의학적 실체라기보다 현상을 억지로 끼워 맞춘 작위적인 측면이 강하다. 항암제와 달리 세대 간의 기술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세대 '사이토카인 억제제'를 1세대 '스테로이드 제제'의 한계를 극복한 진화적 결과물로 보기는 어렵다. '사이토카인 억제제'가 안전성과 선택적 효능 면에서 스테로이드보다 우월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기전상 '세대 발전'의 산물로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3세대로 분류되는 'JAK 억제제'와 같은 경구용 표적 치료제 역시 투약 편의성과 정밀한 신호 전달 경로 접근이라는 기술적 진보는 이뤘지만, 이것이 항암제와 같은 근본적인 기술적 도약인지에 대해서는 현장의 평가가 엇갈린다.
핵심은 기전의 발전과 치료 효과 사이의 간극이다. 2세대 '사이토카인 억제제'는 항체 의약품을 통해 특정 염증 매개 물질을 외부에서 차단하고, 3세대 'JAK 억제제'는 저분자 화합물로 세포 내 효소 활성을 직접 제어한다. 세포 내부로 표적을 옮겼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이토카인 억제제가 입증한 강력한 효능과 장기 안전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항암제처럼 후속 세대가 이전 세대를 압도하며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하거나 부작용을 완전히 해소하는 등의 '세대 교체'는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결국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영역에서 세대 구분은 기술적 진보를 설명하는 척도가 아니라, 복잡한 치료 환경을 임의로 재단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 영역은 항암제와 같은 대안적 세대 교체가 아니라, 기존 치료법 위에 새로운 기전이 층층이 축적되는 '단계적 발전'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