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국내 제약업계의 설비투자 외부 자금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재원의 조달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4일 헬스코리아뉴스가 한국산업은행의 설비투자계획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의약품 업계(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 246개사)의 설비 투자액은 총 2조 80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기업이 직접 벌어들인 '내부자금'으로 투자한 금액은 2조 2727억 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81.1%에 달했다. 나머지 18.9%(5281억 원)는 주식, 회사채, 차입금 등 외부 조달 금액이었으며, 이 중 80% 이상은 은행 차입금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약품 업계는 5년 전인 2021년만 해도 내부자금 기반 설비투자 비중이 52.4%에 그치며 전체 산업 평균(70.1%)을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2022년 3조 1372억 원 규모의 과감한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해당 비중을 74.1%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2023년 79.1%, 2024년 80.5%, 2025년 81.1%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외부 금융 환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은 2025년 기준 전체 업종 평균인 88.1%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 설비 투자 현황 (단위: 억 원) [자료: 헬스코리아뉴스 제작]◇고수익 포트폴리오 재편과 고금리 기조의 영향
제약업계의 설비투자 자체 조달이 상승한 배경에는 신약 출시와 글로벌 매출 성장에 따른 현금 유보금 축적이 자리하고 있다. 고수익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시밀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한 점이 내부 자금 확충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기술수출 계약 증가와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성장이 더해지며 안정적인 현금 창출 구조가 형성됐고, 이것이 다시 설비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차입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릭 약가 인하 앞두고 중소사 투자 위축 우려
다만 이러한 내부자금 중심의 투자 기조는 앞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양극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부터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이 본격화되면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하위권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외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제약업계는 그동안 약가인하가 설비투자나 R&D 재원 확보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렇다고 은행 등에 손을 빌려 신규 설비투자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고금리 상황에서 차입금을 늘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재무 리스크를 키우는 일이다. 환율 상승과 원료의약품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사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