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전통적인 제약 강국인 북미와 유럽에서 세포 치료제에 대한 열기가 주춤한 사이, 중국 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본지가 올해 1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임상시험등록플랫폼(ICTRP)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의 중국 편중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국에서 신규 등록된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은 총 43건에 달했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서구권 주요 국가들의 임상시험 건수는 모두 합쳐도 9건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초고가 장벽에 막힌 서구권 … 중국은 '1+3+N'으로 돌파
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유전적으로 재조합한 뒤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단 1회 투약만으로도 높은 완치율을 보여 '기적의 원샷 치료제'로 불린다. 하지만 회당 투약 비용이 약 7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로 형성되어 있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싼 계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각국 정부 역시 급여 등재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시장 확산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중국 역시 유사한 과제에 직면해 있으나, 정부 주도의 전략적 대안인 '1+3+N' 다층 지불 체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는 전국 공공 의료보험(1)을 기본 축으로 삼고,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기반의 준공공 보험 ▲민간 보험 ▲기부금(3) 등 다양한 재원을 결합해 환자의 자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춘 시스템이다.
여기에 더해 제약사의 약제비 환급 프로그램이나 자선단체의 추가 지원, 각 지자체별 특수 구제 펀드와 같은 기타 여러 민간 구제책(N)을 입체적으로 엮어내며 초고가 치료비 장벽을 허물고 있다. 사실상 국가와 시장, 민간 구제책이 총동원되어 '비싼 계륵'이라 불리던 세포 치료제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가속 승인 채널 개방과 생산 인프라 국산화
중국은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규제의 문턱도 대폭 낮췄다. 실사용 근거(RWE)를 활용한 가속 승인 채널을 개방해, 엄격히 통제된 기존 임상시험 데이터뿐만 아니라 긴급 승인 등 예외적 목적으로 투여된 실제 사례까지 허가 근거로 인정하고 있다.
생산 단가 절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고가의 제조 설비를 국산화 및 현지화하고 공정 자동화를 지원함으로써, 대량 생산 기반을 마련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위험 부담이 큰 세포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양적 팽창' 속 '질적 완결성' 확보는 숙제
그럼에도 이러한 시너지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천대학교 웨이 시(Wei Shi) 박사 연구팀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의 세포 치료제 임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기 단계인 1상은 132건으로 압도적이었으나 2상(67건)을 거쳐 상용화의 최종 관문인 3상에서는 7건으로 급감했다.
웨이 시 박사는 "중국 세포 치료제 산업이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며 "질적 완결성을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