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AI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그동안 선천적 요인으로만 여겨졌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발병 위험이 출생 초기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환경 조성을 통해 조절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콩 중문대학교 의과대학 프란시스 카 렁 찬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셀 프레스 블루(Cell Press Blue)'에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 베일 속 ASD 원인 ... '장-뇌 축' 연결 고리서 해답 찾나
ASD는 영유아기에 나타나는 신경 발달 장애로,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반복적인 행동, 제한된 관심사 등을 특징으로 한다. 과거에는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등으로 세분화하여 불렀으나, 현재는 그 증상과 유형이 스펙트럼처럼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반영해 하나의 범주인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해 정의한다.
ASD의 발병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추정될 뿐, 여전히 명확한 기전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로 인해 현대 의학에서의 치료 역시 완치보다는 조기 진단과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환아가 성장 후 사회에 적응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된 목표다.
그런데 최근 뇌 신경 회로 형성 및 면역 체계와 장내 미생물 생태계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선천적 요인으로만 여겨졌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발병 위험이 출생 초기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환경 조성을 통해 조절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유전자 활성 스위치와 미생물의 '순환 구조' 발견
프란시스 카 렁 찬 교수팀의 이번 연구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ASD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이것이 장애의 원인인지 혹은 결과에 따른 현상인지는 불분명한 상태였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영유아의 출생 직후부터 만 3세까지의 행동 발달과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장기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특정 후성 유전 패턴과 특정 장내 미생물의 존재가 ASD 징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후성 유전이란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를 갖고 태어나더라도 환경에 따라 특정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지는 유전자 활성 시스템을 말한다. 연구팀은 아이의 초기 유전자 활성 설정값에 따라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양상이 달라지며, 형성된 미생물들이 다시 유전자 활성에 영향을 주는 순환 구조를 띈다는 점을 발견했다.
# 비침습적 조절 가능성 ... 치료 패러다임 전환 기대
이번 연구는 ASD가 선천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유전 정보가 일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순환 구조를 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유전적으로 결정된 발병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현대 의학의 영역에서 수정이 불가능에 가까운 유전적 결함과 달리, 마이크로바이옴은 식단 개선이나 유산균 섭취 등 비침습적인 방법으로도 비교적 쉽고 안전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향후 ASD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임상 개입은 물론, 미생물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ASD의 복잡한 퍼즐 중 한 조각을 찾아낸 것일 뿐, 전체 그림을 완성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프란시스 카 렁 찬 교수는 "유전자와 장내 미생물의 상관관계가 조금 더 구체화된 것일 뿐"이라며 "특정 미생물이 뇌 발달을 직접적으로 조절한다는 인과 관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과 검증, 그리고 인체 대상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증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