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의 미디어 분야 투자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과거 언론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을 위해 '보험' 성격으로 투입했던 자금들이 최근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회수되거나 재편되는 양상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국내 제약사들의 미디어 분야 투자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과거 언론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을 위해 '보험' 성격으로 투입했던 자금들이 최근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회수되거나 재편되는 양상이다.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전통 매체(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상위 87개 제약사의 타법인 출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말 현재 방송·신문 등 언론사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총 17개 사로 집계됐다. 이들의 총 투자 금액은 450억 5400만 원으로, 투자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전통 매체에 쏠려 있었다.
'정치적 환경'과 '리스크 관리'가 낳은 종편 편중 현상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대한 압도적인 투자 비중이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4개 종편에 투입된 금액은 244억 6800만 원으로, 전체 언론사 투자액의 54.31%를 차지했다.
이러한 편중 현상은 2009년 미디어법 개정 당시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정권의 역점 사업이었던 종편 출범에 '눈도장'을 찍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언론 리스크에 대비한 '전략적 복선'으로 투자를 선택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규제 산업인 만큼 언론과의 관계가 곧 리스크 관리와 직결된다"며 "당시 투자는 수익 창출보다는 일종의 방어적 보험 가입 성격이 짙었다"고 귀띔했다.
1세대 '단순 지분 투자'부터 3세대 '경영권 확보'까지
제약업계의 미디어 투자는 시대별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1세대(1990년대)는 보도전문채널 탄생과 함께했다. 1993년 일동제약이 YTN 지분을 취득하며 물꼬를 텄고, 이어 한미약품과 종근당이 경제채널로 출발한 MBN에 합류하며 홍보 역량 강화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세대(2011년)는 종편 출범기다. GC녹십자와 동아에스티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특히 GC녹십자는 현재 MBN, 채널A, TV조선 등 3개 종편 지분과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 지분을 고루 보유하며 업계 내 미디어 투자 분야 1위를 기록 중이다. 2세대는 유한양행, 대웅제약, 삼진제약 등 상위 제약사들이 대거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린 시기이기도 하다.
3세대(2017년 이후)는 셀트리온, 메디톡스 등 바이오 기업들이 가세하며 세대교체를 알렸다. 특히 종근당이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을 통해 2025년 8월 ICT 전문지 '디지털데일리'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한 사례는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홍보 채널을 내재화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낮아지는 투자 매력 ... '엑시트(Exit)' 시작됐나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초 투자 금액(549억 8500만 원) 대비 현재 잔액(450억 5400만 원)이 약 18% 감소한 것은 제약사들이 본격적인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디어 플랫폼 다변화로 인한 레거시 미디어의 광고 효율 저하 ▲R&D(연구개발) 자금 확보를 위한 비주력 자산 정리 ▲정치적 부채 의식의 소멸 등이 꼽힌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며 실리 위주의 자산 운용으로 돌아섰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에는 언론사 지분 보유가 대외 협상력의 척도였지만, 지금은 기업 자체 콘텐츠의 파급력이 더 중요한 시대"라며 "앞으로 제약사들의 미디어 투자는 단순 지분 보유보다는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문 매체나 뉴미디어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 미디어 출자 현황 (단위: 백만 원)]
제약사명
투자 대상 (방송사)
최초 취득일자
최초 취득금액
2025년 장부가액
유한양행
TV조선
2011.02.28
1,000
739
채널A
2011.03.18
1,000
678
MBN(매일방송)
2011.03.30
1,000
871
GC녹십자
연합뉴스티브이
2011.02.10
500
163
TV조선
2011.01.28
2,000
4,170
채널A
2011.02.18
2,000
1,284
MBN(매일방송)
2011.03.04
2,000
1,565
종근당
MBN(매일방송)
1996.12.31
3,022
3,555
디지털데일리
2025.08.29
20,124
20,124
대웅제약
JTBC
2011.04.01
3,000
419
한미약품
MBN(매일방송)
1994.09.01
200
200
셀트리온
MBN(매일방송)
2011.03.17
1,000
1,475
JTBC
2017.09.20
500
43
동아에스티
TV조선
2011.01.28
3,000
6,256
JTBC
2011.02.23
4,936
543
일동제약
YTN
1993.09.06
900
299
JTBC
2011.03.25
1,000
-
삼진제약
JTBC
2011.02.23
2,500
137
삼천당제약
TV조선
2011.01.28
1,500
2,103
메디톡스
JTBC
2017.09.18
3,000
291
유나이티드
MBN(매일방송)
2011.02.25
503
89
일성아이에스
MBN(매일방송)
2011.02.24
300
50
합계
-
-
549억 8500만 원
450억 54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