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프리필드펜 0.25, 0.5, 1.0, 1.7, 2.4mg(세마글루티드)'[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현재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성분명 :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가 현대 의학의 난제인 마약 중독 치료로 영역 넓히기에 나선다.
호주 커비 인스티튜트(Kirby Institute) 연구소는 지난 3일 '위고비'를 평가하는 독특한 연구자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바로 필로폰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위고비'의 치료 효과를 탐색하는 것이다.
#뇌 보상 회로 파괴하는 필로폰의 치명성
대상 질환인 필로폰 중독은 메스암페타민, 일명 필로폰에 의존하게 되는 질환이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필로폰은 뇌의 중추신경계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각성제로, 투약 시 뇌 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과도하게 폭발시켜 극도의 쾌락을 유도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뇌의 보상 회로가 근본적으로 파괴된다는 점이다. 반복된 투약은 뇌의 구조적 변형을 일으켜 일상적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며, 오직 약물을 통해서만 쾌락을 얻으려는 강박적 집착을 낳는다.
필로폰을 장기 복용할 경우 피해망상과 환각, 환청 등 조현병과 유사한 정신질환 증세가 나타난다. 외형적으로는 치아가 급격히 부식되거나 피부 위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환촉 증세로 인해 온몸에 상처를 내는 자해 현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단 필로폰 중독으로 진단받으면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 능력이 상실되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치료제 공백 상황… 3억 명 중독자 방치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필로폰 중독자는 무려 3억 명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필로폰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뚜렷한 약물은 없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에 대한 중독 치료제는 존재하지만, 필로폰 중독 치료 영역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는 뇌과학적 측면에서 마약성 진통제와 필로폰의 작용 기전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뇌 내 특정 수용체를 자극해 통증 완화 기전을 활성화하므로 이를 대체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약리학적 옵션이 존재한다. 반면 각성제인 필로폰은 뇌 보상 회로의 핵심인 도파민 수치를 폭증시키는데, 이 정도의 강력한 자극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의학적 수단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위고비'의 GLP-1 기전, 도파민 신호 억제 주목
커비 인스티튜트 연구팀은 '위고비'가 뇌의 신호 전달 경로에 직접 작용한다는 점에 착안,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본래 '위고비'는 뇌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당뇨와 비만을 치료한다. 연구팀은 '위고비'가 뇌의 보상 경로에 개입해 욕구를 조절한다는 점이 필로폰 중독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동물 실험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 투여 시 필로폰으로 유발되는 과도한 도파민 신호가 유의미하게 억제되어 중독 행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연구에서는 알코올 및 니코틴에 대한 갈망과 사용량을 줄여준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된 바 있어 마약 중독 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임상을 통해 유효성이 입증될 경우, '위고비'는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전무한 필로폰 중독 분야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약물 치료 옵션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자 임상시험은 내년인 2027년 3월에 종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