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천시 재택의료센터 의료진의 방문진료 모습 (사진=영천시)[헬스코리아뉴스 서정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국가다. 지난 2019년 본지가 [100세시대 한국 노인의료] 기획 시리즈를 통해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비 폭증을 경고하며, 노인 질환을 통합 관리할 전문 진료 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제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7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예상대로 노인 의료비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파편화된 서비스를 묶는 법적 장치인 돌봄통합지원법도 지난달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이 시스템을 가동할 핵심 엔진인 노인의료 전문 인력 양성은 여전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논의의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인력 수급 미스매치 심각 ... 수요는 천 단위, 공급은 십 단위
통계가 가리키는 인력 수급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한노인병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원 등이 공동 분석한 '초고령사회 노인의료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시행 중인 통합돌봄 서비스가 최소한의 의료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노년의료 전문의(노인병 세부전문의 포함)는 약 25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재택의료센터 1개소당 최소 2인의 전문의 배치를 가정한 최소 기준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재 노년내과를 독립 분과 형태로 운영하며 실제 전문 수련 과정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은 전국 47개 기관 중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 이들 기관에서 배출되는 노인의료 전문 인력은 연간 30~50명 수준으로, 본지가 문제를 제기했던 7년 전과 비교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장이 요구하는 수요는 천 단위인데, 공급은 십 단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통합돌봄 시스템 역시 가동 초기부터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권 문턱 못 넘은 노년내과 규모 확대
사실 지난 7년이 아무런 논의 없이 흐른 것은 아니다. 대한노인병학회를 중심으로 노인병 세부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고, 환자 한 명을 깊게 들여다보는 통합 진료 상담 수가(Case Management Fee)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 제언들은 세 가지 장벽에 가로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업무 영역 침범 논란이었다. 지난 2021년 5월,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정책 포럼 당시 일부 전문 과목 학회 관계자들은 "노인 질환은 각 과가 전문성을 발휘할 영역이지, 특정 노인병 전문의가 독점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이후 예민해진 학회 간 이해관계가 노인 전문 진료라는 본질적 논의를 가로막은 것이다.
행위별 수가제의 구조적 한계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회의 당시 정부 측은 "수가 신설엔 공감하지만 기존 수가와의 중복 정리가 과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병원 경영진들 사이에선 "상담에 한 시간을 써도 처치 수가보다 낮다면 어느 병원장이 노년내과 의사를 뽑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검사와 처치를 중심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현 의료체제에서 노년내과는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한 구조였고, 이것이 인력 양성의 동력을 제약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는 점이 지적된다. 2023년 말 필수의료 패키지 논의 당시에도 정부는 당장 급한 응급실 공백이나 소아과 폐과 위기부터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2024년 의정 갈등까지 겹치며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논의는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인 진료비 1.9배 증가 ... 지표 악화 가속화
노인의료 관련 지표 비교: 2019 vs 2026해법을 찾지 못한 사이 진료 현장의 지표는 빠르게 악화됐다. 2026년 현재 노인 진료비는 약 68조 원 수준으로, 2019년(35조 8000억 원) 대비 약 1.9배 증가했다. 특히 5개 이상의 약물을 상시 복용하는 노인 비율은 전체의 5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노인 2명 중 1명이 약물 부작용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복잡하게 얽힌 만성 질환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처방을 걸러낼 전문 인력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현장의 전문 인프라는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효성 있는 돌봄 위해 전문 인력 양성 서둘러야
결국 전문 의료 인력 없이 추진되는 노인 통합돌봄은 그 취지를 온전히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 전문의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스템의 외형은 병원 밖으로 확장됐지만, 정작 현장에서 심도 있는 의료적 판단을 내릴 전문 인력 수급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년내과 규모 확대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지만, 2020년 의료계 총파업과 2024년 의대 정원 증원 갈등 등으로 노인 의료 전문 인력이라는 주제가 제대로 논의될 기회가 부족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년내과 전문의 역시 "현장에서는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부담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중요한 주제인 만큼 이제라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돌봄통합지원 사업도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