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링거인겔하임 '오페브'[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베링거인겔하임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연질캡슐(성분명: 닌테다닙)'을 보호하던 제제 특허 방어선이 뚫렸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 기업인 코스맥스파마가 오페브의 미등재 제형 특허를 회피하는 데 성공하면서, 동일 제형인 연질캡슐 제네릭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코스맥스파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인돌리논 유도체의 현탁 제형을 포함하는 캡슐 약제학적 투여 형태' 특허(이하 제형 특허)에 대해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최근 청구성립 심결이 받았다.
해당 특허는 오페브의 핵심 연질캡슐 제형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다. 약물 활성 물질을 중쇄 트리글리세라이드, 경질 지방, 레시틴 등의 특정 배합을 통해 점성 현탁액 형태로 안정화시켜 캡슐화하는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존속기간은 2029년 6월 4일까지로, 앞으로 3년 정도가 더 지나야 만료된다.
오페브의 주성분인 닌테다닙을 보호하는 물질특허는 앞서 지난해 1월 25일 이미 만료된 상태다. 통상적으로 물질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가능한데, 베링거인겔하임은 2029년까지 유지되는 이 제형 특허를 통해 후발 주자들의 진입을 견제해 왔다.
특히 이 제형 특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특허등재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미등재 특허'라는 점에서 후발 제약사들에게 까다로운 장애물로 작용했다.
미등재 특허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만큼, 제네릭 품목허가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후발 제약사가 오리지널과 동일한 연질캡슐 제형으로 제품을 출시할 경우, 오리지널사가 침해 소송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된다.
이러한 사후 법적 분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오페브 제네릭 시장 선점을 노리던 선발 제약사들은 연질캡슐을 포기하고 제형을 정제로 변경하는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 특허의 권리범위가 연질캡슐 현탁액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닌테다닙을 정제로 개발하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였다. 닌테다닙 성분은 근본적으로 수용성이 낮고 물과 접촉할 경우 점성이 급격히 증가해 겔(Gel)화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용출 시험에서 붕해 및 용출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였다.
제네릭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형 내에 탄산수소나트륨과 같은 알칼리화제를 첨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붕해 속도를 개선하고 오리지널 연질캡슐과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확보하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가장 최근에는 일동제약이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오리지널과 같은 연질캡슐 제형의 제네릭 '큐닌타연질캡슐'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오페브의 연질캡슐 제형 특허에는 아직 도전하지 않은 상태다. 이 제품은 이달 초 오리지널 약가의 반값 이하로 급여 등재도 완료했는데, 이후 실제 제품이 출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동제약과 달리 달리 코스맥스파마는 제네릭 품목허가에 앞서 특허심판을 먼저 제기하며 특허 리스크 제거를 우선했다. 결과적으로 코스맥스파카가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유리한 심결을 얻어내면서 오페브 제네릭 시장은 정제와 연질캡슐 간의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게 됐다.
특히 코스맥스파마가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체 생산 시설이나 특허 소송 역량이 부족한 제약사들도 손쉽게 연질캡슐 제네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일동제약의 큐닌타연질캡슐 외에는 경쟁 제품이 없던 연질캡슐 제네릭 진영에 코스맥스파마를 통한 위탁생산 품목들이 합류하면, 시장 구도가 '선발 정제 진영' 대 '후발 연질캡슐 진영'으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 방어선이 뚫린 베링거인겔하임의 대응과 더불어, 급변하는 오페브 제네릭 시장의 주도권이 정제와 연질캡슐제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