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표적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의 주류가 3세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로 완전히 굳어지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차세대 약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틈을 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중국산 신약 후발주자들이 매서운 기세로 시장 잠식을 준비하고 있다.
65억 달러 시장의 절대 강자 '타그리소'와 추격자 '렉라자'
현재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타깃은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이다. 특히 3세대 TKI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며 현존하는 가장 최적화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 오시머티닙·Osimert닙)'다. 2015년 11월 미 FDA 허가 이후 퍼스트 무버로서 방대한 처방 데이터를 축적한 '타그리소'는 2024년 한 해에만 약 65억 달러(한화 약 9조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이에 맞서는 대항마는 국산 신약인 유한양행의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Lazertinib)'다. '렉라자'는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Janssen)이 개발한 EGFR·MET 이중특이성 항체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 아미반타맙·Amivantamab)'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타그리소'의 독점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임상 3상 단계 후발 약물, 100% 중국 기업이 장악
이제 관심은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뒤를 이을 후발 약물에 쏠린다. 헬스코리아뉴스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향후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후발 약물들의 국적 쏠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EGFR를 타깃하는 TKI 계열 비소세포폐암 약물 33개 중 절반 이상인 17개(51.5%)가 중국 기업 소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상용화의 최종 관문인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후보물질 5종은 예외 없이 모두 중국 기업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서 파마(Hansoh Pharma)의 '달멜리티닙(Dalmelitinib)'을 비롯해 자이 랩(Zai Lab)의 '지팔러티닙(Zipalertinib)', 안시 파마(Anshi Pharma)의 '안다머티닙(Andamertinib)'은 이미 임상 3상을 완료했다. 인스메드(Inxmed)의 '이페벰티닙(Ifebemtinib)'과 수종 파마(Suzhong Pharma)의 '수테티닙(Sutetinib)' 역시 3상 임상을 진행하며 승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그만큼 중국기업들이 TKI 개발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아래 도표 참조]
[NSCLC 적응증 3세대 TKI 후보물질 임상 3상 개발 현황]
약물 기업 임상 현황 달멜리티닙(dalmelitinib) 중국 한서 파마(Hansoh Pharma) 3상 임상시험 완료 지팔러티닙(zipalertinib) 중국 자이 랩(Zai Lab) 3상 임상시험 완료 안다머티닙(andamertinib) 중국 안시 파마(Anshi Pharma) 3상 임상시험 완료 이페벰티닙(ifebemtinib) 중국 인스메드(Inxmed)
3상 임상시험 진행 중
수테티닙(Sutetinib) 중국 수종 파마(Suzhong Pharma)
3상 임상시험 진행 중
폐쇄적 내수 시장 무기로 '글로벌 룰' 파괴
중국 기업들이 이토록 공격적으로 TKI 개발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중국 시장의 폐쇄성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자국 기업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정책적 환경을 유지해왔다. 중국은 임상 환경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미국·유럽의 경우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EGFR 변이 양성은 10~15%인데 반해 중국은 50%에 달한다.
중국의 후발주자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타그리소'와 정면대결을 펼칠 필요도 없다. 자국 내수 시장만 장악해도 독자적인 생존과 차기 신약 개발을 위한 충분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판도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원 등에 업은 중국발 '가성비 신약' 위협적"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향후 글로벌 제약 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구권 빅파마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3세대 TKI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줄이는 사이,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그 빈틈을 완벽하게 메웠다"며 "자국 시장에서 체력을 키운 중국산 신약들이 저가 공세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경우, '타그리소'나 '렉라자' 같은 선발 주자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중국의 폐쇄적인 내수 시장 정책이 자국 기업들에게 성장을 위한 거대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발판 삼은 중국의 '바이오 굴기'가 실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