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신약의 생존은 개발보다 어렵다. 쟁쟁한 해외 블록버스터 제품들과 경쟁 속에서 올해 발매 10주년을 맞이한 동아에스티의 제2형 당뇨병 치료 신약이자 국산 신약 26호인 '슈가논'의 발자취는 그래서 더 각별하다. 통제된 임상시험을 벗어나 냉혹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압도적인 효능을 증명했고, 단순 혈당 강하를 넘어 심장과 혈관을 지키는 '장기 보호제'로 진화했다. 나아가 오리지널 특허를 요새 삼아 글로벌 블록버스터들을 결합해 나가는 복합제 패밀리 전략은 특허 절벽 시대에 국산 신약이 나아가야 할 생존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헬스코리아뉴스는 3회에 걸쳐 슈가논이 증명해 낸 10년의 저력과 제2의 도약을 향한 미래 비전을 깊이 있게 살펴봤다. [편집자 주]
[上] 추가·전환·초치료 모두 합격점 … RWD로 증명한 '실전 성적표'
동아에스티의 자체 개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이 올해로 발매 10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경쟁 약물 틈바구니에서도 꿋꿋하게 처방 영역을 넓혀온 이 제품은 기존의 통제된 임상시험을 뛰어넘는 리얼 월드 데이터(RWD)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26호 국산 신약이자 동아에스티의 자체 개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성분명: 에보글립틴)'이 올해로 발매 10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경쟁 약물 틈바구니에서도 꿋꿋하게 처방 영역을 넓혀온 이 제품은 기존의 통제된 임상시험을 뛰어넘는 리얼 월드 데이터(RWD)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51개 병원에서 1992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다기관 전향적 관찰 연구에 따르면, 초치료 환자가 슈가논과 메트포르민을 병용했을 때는 물론, 다른 디펩티딜 펩티다제 4(DPP-4)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슈가논으로 처방을 전환하거나, 기존 복용 약물에 슈가논을 추가했을 때도 우수한 혈당 수치 감소 효과와 내약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일상적인 임상 환경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슈가논의 혈당 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연구진은 환자들을 과거 치료 이력과 슈가논 투여 전략에 따라 '추가 투여군(Add-on)', '스위칭군(Switching)', '초치료 병용군(Initial combination)'으로 세분한 뒤 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초치료 병용군에서 나타났다. 항당뇨제 복용 이력이 없고 기저 당화혈색소(HbA1c)가 8.8%로 매우 높은 환자들에게 메트포르민과 슈가논을 동시 투여한 결과, 12주 차에 평균 1.9%p, 24주 차에는 무려 평균 2.1%p의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과거 통제된 3상 임상시험에서 확인한 단독 요법 및 초기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의 24주 차 당화혈색소 감소량(각각 –0.23%, -0.59%)을 훨씬 웃도는 결과로, 기존 약물의 치료 실패를 기다린 후 약을 추가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조기에 강력한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한다는 최근의 진료 지침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존 약물로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환자에게 슈가논을 추가한 그룹에서도 12주 차에 평균 0.8%p, 24주차에 0.7%p의 유의미한 혈당 감소가 관찰됐다. 특히 메트포르민과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의 약물을 복용 중이던 환자에게 슈가논을 추가했을 때 당화혈색소 개선 폭이 1.1%p로 가장 크고 지속적이어서, 이들 약물 간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시사했다.
다른 DPP-4 억제제를 복용하다가 슈가논으로 처방을 전환한 스위칭군에서도 12주 차에 평균 0.3%p, 24주차 0.5%p의 추가적인 당화혈색소 감소가 관찰됐다. 이에 따라 구제 요법으로서 슈가논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동반 질환자들 사이에서도 슈가논의 안전성은 빛났다. 투여 기간 약물 이상반응을 경험한 환자는 단 23명(1.12%)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이상반응은 복부 불편감, 설사, 메스꺼움 등을 포함한 위장 장애로 경미한 수준이었다.
심각한 이상반응(당뇨병성 망막병증 악화)은 21년 동안 제2형 당뇨병을 앓아온 환자 1명에게서만 보고됐는데, 연구진은 슈가논 추가 투여보다는 조절되지 않은 고혈당으로 인한 이상반응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러한 일관된 당화혈색소 감소, 낮은 이상반응 발생률, 그리고 양호한 내약성은 슈가논이 유연하고 내약성이 우수한 치료 옵션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엄선된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연구와 달리 다양한 동반 질환, 병용 약물, 그리고 다양한 당뇨병 유병 기간을 가진 광범위한 환자 집단을 포함한 만큼, 실제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결과들을 더욱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수많은 약물이 경쟁하는 격전지인 만큼, 통제된 임상 결과를 넘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누적된 대규모 리얼 월드 데이터야말로 의료진의 처방 신뢰도를 가르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출시 10년을 맞이한 토종 신약 슈가논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신뢰를 쟁취해 왔는지, 그 해답이 바로 이번 리얼 월드 데이터 안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DOM(Diabets, Obesity and Metabolism)'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