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화기 치료제 시장이 거대한 전환점에 섰다. 지난 30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PPI의 시대가 저물고, 국산 신약들이 주도하는 P-CAB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후발 주자들의 가세로 더욱 뜨거워진 국내 P-CAB 시장의 개발 경쟁과 이러한 현상을 가속하는 P-CAB 제제만의 기전적 혁신을 짚어보고, 일본을 넘어 40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국산 P-CAB 제제의 현주소를 조망했다. [편집자 주]
[上] '놀텍' 일양약품도 참전 … P-CAB으로 기운 소화기 시장 무게추
[中] 기전적 완결성이 만든 예고된 '독주' … P-CAB이 '뉴 노멀'인 이유
[下]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 국산 P-CAB, 세계 표준 다시 쓴다
소화기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위상이 전례 없는 높이에 도달했다. 국산 P-CAB 신약들이 안방 시장을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다케다제약이 열었던 글로벌 P-CAB 시장의 문을 이제 'K-제약'이 주도하며 전 세계 표준을 다시 쓰겠다는 기세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소화기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위상이 전례 없는 높이에 도달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서분명: 테고프라잔)'을 필두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제일약품의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등 국산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들이 안방 시장을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다케다제약이 열었던 글로벌 P-CAB 시장의 문을 이제 'K-제약'이 주도하며 전 세계 표준을 다시 쓰겠다는 기세다.
23일 아이큐비아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약 40조 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P-CAB 제제의 점유율은 1.5% 정도로, 매년 25%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커지고 있는 글로벌 P-CAB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제품은 일본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보노프라잔(미국 제품명: 보퀘즈나)'이다. 보노프라잔은 최근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상태로, 다케다제약의 파트너사 패썸은 오는 2030년까지 보노프라잔의 미국 매출이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국산 P-CAB 신약들의 글로벌 진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노프라잔을 겨냥한 국산 P-CAB 제제들의 추격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추격전의 선봉은 HK이노엔의 케이캡이 맡고 있다. HK이노엔은 전 세계 55개국과 케이캡의 기술 수출 또는 완제품 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중 중국, 몽골, 필리핀, 멕시코 등 19개국에서는 제품 출시까지 완료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HK이노엔의 파트너사 세벨라가 지난 1월 FDA에 신약 허가 신청(NDA)을 완료해 이르면 내년 본격적인 현지 출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역시 글로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출시 2년여 만인 지난 2024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펙수클루는 중국, 브라질, 사우디 등 30여개국에서 품목허가 신청이 이뤄진 상태다. 회사 측은 2027년까지 100개국 진출 목표를 달성해 펙수클루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자큐보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제일약품 측은 중국 리브존제약과의 기술 수출을 시작으로 인도, 멕시코, 북유럽 등 총 26개국과 계약을 체결하며 무서운 기세로 자큐보의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현재 P-CAB 제제 개발을 진행 중인 대원제약과 휴온스 등 후발 주자들의 글로벌 경쟁 대열 합류 가능성이 커서, 국산 P-CAB 제제들의 글로벌 시장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은 물론, 선두주자인 다케다제약 추격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2023년 '케베프라잔'을 허가받은 가비평, 2024년 '리나프라잔'을 허가받은 상하이 파마슈티컬스 등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 제약사들의 P-CAB 시장 진출이 하나둘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P-CAB 시장 선점 속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P-CAB 제제가 글로벌 시장 선점에 성공하면 이는 한국 제약사가 단순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시장 선도자(First Mover)'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라며 "케이캡의 미국 FDA 승인 결과가 나오는 1~2년 이후부터가 국산 신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도약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