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맞다! 게보린"이라는 광고 카피로 친숙한 삼진제약에게 2026년은 그간 추진해온 체질 개선의 성패를 가늠할 중차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269억 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다시 300억 원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연속 200억 원대 영업이익에 머물며 고전하다 2024년 300억 원대를 회복하며 반등의 기틀을 마련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다시 수익성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최전성기였던 2018년(영업이익 595억 원) 대비 반 토막 수준의 성적표다.
◆체질 개선 비용 반영된 '전략적 조정 국면'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부진을 단순한 경쟁력 약화보다는 중장기 체질 개선 과정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0년대 들어 본격화된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 인프라 확충 비용이 지난해 정점에 달하며 수익성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제약사에게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이며, 삼진제약 역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네릭 중심 고수익 구조의 한계와 환경 변화
삼진제약은 1990년대 '게보린'의 대중적 성공과 2000년대 후반 항혈전제 '플래리스'의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계기로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구축해 왔다. 2018년 기록한 실적 정점은 제네릭 중심 영업 구조가 최고 효율을 발휘하던 시기의 결과였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제약산업의 중심축이 바이오·신약으로 이동하고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존 모델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삼진제약 경영진은 단기 이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마곡 중앙연구소 건립과 오송 공장 증설 등 미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진제약 전성기를 이끈 게보린(왼쪽)과 플래리스◆연구 중심 제약사 전환, 'SJP-1604' 등 신약 파이프라인 기대
이러한 행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전략 전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항암 신약에 집중하는 HLB나 독자적 약물 전달 플랫폼을 구축 중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사례처럼, 삼진제약 역시 연구 기반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SJP-1604'의 임상 진전은 삼진제약이 제네릭 회사를 넘어 혁신 항암 신약 개발사로 도약했음을 증명할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오너 2세와 전문경영인 '3인 체제'… 시너지 창출 과제
이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 체제도 관심사다. 현재 삼진제약은 공동 창업주 2세인 최지현·조규석 사장과 함께, 지난해 12월 합류한 '영업통' 김상진 경영총괄사장이 호흡을 맞추는 '3인 사장단' 체제를 가동 중이다.
유한양행과 한독 등에서 역량을 검증받은 김상진 사장의 영입은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시점에서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대규모 시설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피크 아웃(Peak-out)'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우세한 만큼, 오너 가문의 책임 경영과 김 사장의 영업 현장 전문성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올해의 관전 포인트다.
◆항암제 라인업 및 CMO 비즈니스 가동… 2026년 반등 카드
삼진제약은 올해 확실한 반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설된 항암·폐동맥고혈압 사업부를 통해 고부가가치 전문의약품(ETC) 매출 비중을 높이고, 오송 공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위수탁(CMO) 비즈니스를 본격화해 고정비를 수익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진제약이 대규모 R&D 투자와 생산 시설 고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특히 전통적인 제네릭 명가에서 신약 개발 중심의 고부가가치 구조로 연착륙하느냐가 향후 기업 가치 재평가(Re-rating)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