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 사옥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강자를 넘어 신약 개발사로 도약을 준비 중인 셀트리온이 국내 신약개발 벤처기업 아름테라퓨틱스와 손을 잡고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집중해 온 항체 의약품 분야에서 벗어나 합성신약과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전선을 넓히며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양사의 파트너십이나 관련 파이프라인이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던 만큼, 이들 회사가 발굴한 신약후보물질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28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아름테라퓨틱스는 현재 '신규한 오렉신 2 수용체 작용제 및 이의 용도' 발명에 대한 특허등록 절차를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양사가 개발하려는 신약후보물질의 타깃은 오렉신-2 수용체(OX2R)다. 오렉신은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오렉신 뉴런이 방출하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각성을 유도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이 기능이 망가지면 기면증과 같은 심각한 수면장애가 발생한다.
기면증은 전 세계적으로 2000명 중 1명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많은 경우 청소년기에 처음 나타나서 평생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면증 1형(NT1)은 오렉신 신경 펩타이드를 생성하는 뇌의 뉴런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데,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법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손실된 오렉신 신호전달을 복원하기 위한 약물 치료제의 개발이 기면증 1형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오렉신 수용체는 두 가지 아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OX1 수용체(OX1R), 다른 하나는 OX2 수용체(OX2R)다. 이 중 OX2R는 각성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동물연구에서 OX2R 뉴런이 손실된 쥐는 과도한 주간 졸음과 탈력발작 증상을 보인 바 있다.
최근 공개된 출원명세서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아름테라퓨틱스가 발굴한 새로운 OX2R 작용제는 '아자바이사이클로'라는 이중 고리를 지녀 약물의 구조를 단단하게 고정하고 수용체와의 결합력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사들의 특허를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사 측은 280여 개 물질을 발굴해 세포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A등급의 활성도(EC50<100nM)를 기록하며 OX2R에 대해 우수한 작용제 활성을 나타냈다.
글로벌 OX2R 작용제 시장은 현재 다케다제약, 알케미스(Alkermes), 센테사(Centessa) 등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케다의 'TAK-861'이 최근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데이터를 도출하며 가장 앞선 상태이고, 2상 임상시험 단계인 알케미스의 'ALKS 2680', 1상 임상시험 단계인 센테사의 'ORX142'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다만, 앞서 개발되던 다른 OX2R 작용제 중 일부 환자에서 간 효소 상승이 나타나 임상시험을 중단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들 후보 물질도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인정받을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후발 주자인 셀트리온에도 선두권 추격 기회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셀트리온과 아름테라퓨틱스의 후보 물질이 전임상 단계에서 탁월한 독성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선두권을 위협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약물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름테라퓨틱스와 OX2R 작용제 공동 개발은 셀트리온이 항체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합성신약과 뇌 질환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오렉신 수용체 작용제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어, 후발 주자라도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만 확실하다면 충분히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40%를 신약에서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항체-약물 접합체(ADC), 다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