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애브비(Abbvie)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Skyrizi, 성분명: 리산키주맙·risankizumab) 바이오시밀러 중 누가 퍼스트 무버 타이틀을 차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스카이리치'는 면역세포 활성 조절 인자인 인터류킨-23(IL-23)을 저해하는 기전의 생물학적 제제로, 판상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주사제다.
이 약물은 지난 2019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약 5년 만인 2024년에 117억 달러(한화 약 17조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5년여 만에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 이상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이 약물이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의 후속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한때 '초특급 블록버스터'로 불리던 '휴미라'의 막대한 영향력을 그대로 계승한 전략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믈론 단순한 마케팅만으로 기존 블록버스터의 시장 점유율을 신속하게 이어받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독특한 의약품 시장 구조가 작용했다. 기업과 보험사(PBM) 간의 리베이트 체계, 주요 처방집(Formulary) 목록 진입 등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 덕택에 '스카이리치'는 오는 2030년 200억 달러(한화 약 29조 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휴미라'의 최고 매출액인 212억 달러(한화 약 30조 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하지만 '스카이리치'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은 아직 잠잠한 편이다. 비교적 최근에 허가된 약물인 만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될 수 있는 특허 만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의 특허 만료 시점은 2033년 이후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부속 특허까지 고려하면 실제 특허 보호 기간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시장의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스위스 산도스(Sandoz)조차도, 아주 최근인 2025년 1분기에 들어서야 '스카이리치' 바이오시밀러를 공식 파이프라인에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관망 ... 종근당, 선제적 공략 나서
그런데 유독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진심(?)을 드러낸 기업이 있는데, 다름 아닌 국내 제약사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2025년 10월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자사의 '스카이리치' 바이오시밀러 'CKD-704'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으며 본격적인 시밀러 개발에 나섰다.
종근당의 선제적 대응은 조기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완료하여 시장 선점을 통한 초기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종근당은 아직 뚜렷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가 없는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특허 분쟁이나 규제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보다 신속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통해 향후 협상이나 시장 진입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새로운 제품·기술·서비스를 가장 먼저 선보여 시장을 개척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업이나 전략을 말한다. 이에따라 브랜드 인지도·고객 충성도·전환비용·유통경로 선점 등 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점은 역시 'Top of Mind(소비자가 특정 카테고리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 효과다.
다만, '퍼스트 무버'는 위험도 따른다. 시장·기술·수요 불확실성과 높은 초기 투자·ROI(투자 대비 수익률)의 불확실 등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기에 후발주자(패스트 팔로워)의 모방·개선에 따른 시장 잠식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대다수 기업들이 '스카이리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다.
'패스트 팔로워'는 선도기업(First‑mover)이 만든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빠르게 모방·보완해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선두 기업의 실패 요소를 분석해 개선된 품질·가격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으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전략이다.
결국 시밀러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퍼스트 무버'를 선택할 것이냐, '패스트 팔로워'를 선택할 것이냐는 기업이 자사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몫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