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개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 수두백신의 2회 접종 적응증 임상을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국내 대신 파머징 마켓 우회로를 선택한 경쟁사와 달리 국내 포함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한 정공법으로 내수 시장과 글로벌 공공 조달 시장을 동시에 조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사의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주(SkyVaricella)' 2회 접종(2도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다국가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은 만 12개월 이상 12세 이하 소아 약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국내를 포함해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도 동시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2027년까지 임상을 완료하고, 국내외에서 2회 접종 적응증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이번 행보는 GC녹십자와 확연히 다른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현재 글로벌 수두백신 시장은 기존 1회 접종에서 2회 접종으로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실제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은 이미 2도즈 접종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반영했으며, 향후 세계적으로 2회 접종 체계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현재 1회 접종까지만 NIP가 인정돼서 국내 제약사들의 2회 접종 적응증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이 수두백신 2회 접종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글로벌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수년 안에 국내 수두백신 NIP 적용 범위가 2회 접종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러한 배경에서 GC녹십자는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자사 수두백신인 '배리셀라주(BARYCELA)'의 임상을 진행하며 국내 시장을 비켜 가는 우회 전략을 택한 바 있다.
수두백신 2회 접종에 대한 국내 NIP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고비용의 국내 임상을 피하고 수익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민간 시장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국내 임상을 포함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국내 NIP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공공 조달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추후 국내 수두백신 NIP가 2회 접종으로 전환되면 별도의 가교 임상 없이 즉각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빠르게 입찰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임상은 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PAHO(범미보건기구) 등 국제기구 조달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수두백신 2회 접종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국제 수두백신 입찰 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입지는 이번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가 수익성을 중시해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린 사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 L-하우스의 대량 생산 능력을 앞세워 국내와 글로벌 공공 시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구체화했다"며 "선제적으로 국내 임상 데이터 확보에 나선 만큼, 수두백신 NIP 확대 시 초기 시장 진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