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펠루비' 패밀리 [사진=대원제약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신약 12호이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시장의 강자인 '펠루비(성분명: 펠루비프로펜)'가 또 한 번 진화를 예고했다. 펠루비 특허 방어에 실패하며 제네릭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는 대원제약은 기존 정제와 서방정에 이어 '액상형(현탁액)'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원제약은 최근 'DW5524'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임상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DW5524와 대조약 간의 안전성 및 약동학적 특성을 비교할 계획이다.
DW5524는 대원제약 펠루비의 액상형 제제다. 대상 질환은 급성 상기도염으로, 경구용현탁액제로 개발 중이다. 펠루비프로펜 성분 단일제인지, 아니면 다른 성분을 더한 복합제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피험자 대상 제외 기준에서 임상시험용 의약품 약물 성분으로 펠루비프로펜만 언급된 것으로 미뤄볼 때, 단일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펠루비프로펜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약물이다. 이를 액상 형태인 현탁액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제제 개발 난도가 상당히 높다는 의미다.
대원제약이 이러한 어려운 작업에 나선 이유는 펠루비, 그중에서도 처음 허가받은 정제형 제품인 '펠루비정'의 제네릭 공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빗장이 풀린 펠루비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대원제약은 기존에 없던 '기술적 차별점'을 앞세워 새로운 방어선 구축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원제약이 난용성인 펠루비프로펜을 액상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단순히 복용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후발 주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장벽을 다시 구축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는 제네릭 방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이번 임상시험에서 DW5524 용량을 6㎖, 12㎖, 18㎖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는 통상적인 성인 용량을 넘어, 체중이 적은 유·소아를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같은 프로펜 계열인 프라노프로펜 성분의 NSAIDs 시럽제 코오롱제약 '코프란스시럽'의 경우, 6개월~1세는 2~4㎖, 2~3세는 4~6㎖, 4~6세는 6~8㎖, 7~9세는 8~12㎖, 10~12세는 12~14㎖를 복용한다.
기존 정제 형태의 펠루비는 성인용으로 허가받은 제품이어서 소아 해열진통제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대원제약이 펠루비 현탁액 개발에 성공해 소아 적응증을 확보한다면, 오랜 기간 사용돼 온 안전한 진통제라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상업화 성공 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소아 시장뿐만이 아니다. 액상 제제는 정제보다 체내 흡수 속도가 빠르다. 이는 감기로 인한 고열이나 급성 통증 환자에게 '빠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펠루비의 적응증 중 하나인 급성 상기도 감염 해열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알약을 삼키기 힘든 연하곤란(삼킴 장애)을 겪는 노인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원제약의 이번 DW5524 임상은 제네릭의 공세를 기술력으로 따돌리는 동시에, 소아와 고령자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개발 전략"라며 "펠루비가 정제, 서방정에 이어 현탁액까지 갖춘 '토털 진통제 솔루션'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