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나이티드제약 본사[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벌이고 있는 260억 원대 약제비 환수 소송 항소심 판결이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이번 주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선고 기일을 2개월 뒤로 연기하면서다. 소송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1심에서 패소한 유나이티드제약의 지연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제37-3민사부는 이달 26일로 예정됐던 유나이티드제약과 건보공단 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 선고 기일을 내년 2월 4일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동안 1심과 달리 속도전을 펼쳐왔다. 지난 7월 사건을 접수한 뒤 약 1년 4개월 만에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잡았으나, 판결을 코앞에 두고 돌연 기일을 연기했다.
사안 복잡성과 연말 법원 인사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원·피고 양측이 모두 변론종결 이후 참고서면을 제출하며 설득을 이어가자, 재판부가 판결을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지연이자다. 판결이 늦어질수록 유나이티드제약의 재무적 부담은 가중된다.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패소 시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 규모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심 판결문에 따르면 배상액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기간별로 쪼개져 있으며, 구간마다 적용되는 이자율 계산 방식이 다르다. 항소심에서 배상 범위가 조금이라도 변경될 경우, 전체 금액을 다시 산정하는 데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심 판결에 따라 현재 적용되고 있는 지연이자는 연 12%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260억 원대 배상액에 대해 매달 2억 6000만 원 안팎의 이자가 추가로 쌓이는 셈이다. 선고가 2개월여 미뤄지면서 회사가 부담해야 할 잠재적 비용이 수억 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24년 반기보고서에 1심 판결 결과를 반영해 약 241억 원을 소송충당부채로 설정해 둔 상태다. 그러나 소송이 해를 넘겨 2026년까지 이어짐에 따라, 최종 패소 시 실제 지급해야 할 금액은 설정된 충당금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 연기는 재판부가 그만큼 고심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연장된 것"이라며 "특히 고금리의 지연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유나이티드제약으로서는 판결선고 연기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 소송은 건보공단이 유나이티드제약으로부터 약제비를 환수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다. 소가 제기된 것은 2017년이지만, 양측의 약제비 환수 분쟁은 이보다 앞선 2010년부터 이어져 왔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원료의약품 직접 생산 특례우대 조치를 악용, 1998년부터 중국에서 밀수한 원료의약품을 마치 직접 생산한 것처럼 속여 완제의약품 보험약가를 최고가로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회사에 재직하던 연구원이 관계 기관에 투서하면서 정부의 조사와 사법기관의 수사가 시작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보험약가 편취에 대한 내부공익제보 사건을 자체 조사 후 이를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2014년 불기소 처분했다. 권익위는 건보공단에도 약제비 환수 소송을 요구했으나, 공단은 소송 시 입증 부족으로 승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았다.
마무리돼 가던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2016년 국정감사에서 윤소하 전 정의당 의원이 다시 한번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윤소하 의원은 유나이티드제약이 덱시부프로펜과 독시플루리딘 등 2개 품목만으로 2009~2011년까지 최소 50억 원을 부당하게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건보공단에 소송을 요구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결국 2017년 3월 유나이티드제약을 상대로 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공단은 2020년 2월 소가를 144억 원으로, 같은 해 7월에는 193억 원으로 늘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장장 7년 4개월간의 심리 끝에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주며 유나이티드제약에 원금 약 12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총 260억 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