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아성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해외 제품명: 라즈클루즈·LAZCLUZE)'와 존슨앤드존슨(이하 J&J)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획득 내성이라는 타그리소의 최대 약점을 데이터로 완벽히 제압하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단순한 효과 개선을 넘어, 암세포의 생존 진화 자체를 억제하는 '선제적 방어' 전략으로서 성공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J&J는 최근 국제 폐암 학회(IASLC)가 주최한 세계 폐암 학술대회(WCLC 2025)에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엑손 19 결실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일요법 대비 우수한 획득 내성 억제 효과를 보였다는 내용의 3상 MARIPOSA 연구의 새로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그동안 타그리소는 강력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주요 내성 기전인 'MET 증폭' 앞에 한계를 보여왔다. 주공격 경로인 EGFR이 막힌 암세포가 대체 경로인 MET를 활성화해 생존하는 '우회로'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MET 증폭은 염색체에 있는 MET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MET 단백질 과발현은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며, 특히 기존의 EGFR 표적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J&J의 이번 발표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MET 증폭 내성 발생 비율은 3%로, 타그리소 단독요법 13%의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P=0.002). C797S 등 2차 EGFR 돌연변이 내성 발생 환자 비율도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1%로, 타그리소 단독요법 8%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P=0.01).
이는 EGFR과 MET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항체로서 리브리반트의 기전이 실제 임상에서 완벽히 작동한 것으로, 3세대 TKI인 렉라자가 힘을 보태 2차적인 EGFR 변이 발생까지 억제하면서 암세포가 저항할 틈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는 의미다.
내성 발현을 기다렸다가 대처할 수밖에 없는 타그리소와 달리 초기부터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 주요 경로를 차단하는 선제적 방어 수단으로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가치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이러한 내성 억제 효과는 환자들의 생존율로 이어졌다. MARIPOSA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 기간(PFS) 중앙값은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요법군의 16.6개월보다 7.1개월 더 길었다.
J&J는 이러한 기전적 우위와 막강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 기간(OS) 중앙값이 타그리소에서 관찰된 중앙값보다 1년 더 긴 4년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EGFR 변이 폐암 치료의 목표를 '내성 차단'으로 한 단계 더 높였다는 점에서 이번 데이터 발표는 큰 의미가 있다"며 "이 강력한 병용요법이 타그리소의 시대를 끝내고 폐암 1차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렉라자는 폐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 국산 신약 31호로 기록됐다.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지난해 8월 미국, 같은 해 12월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는 영국, 일본, 캐나다, 중국 등에서 차례대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