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우울증 치료에 대한 미국 얀센의 비강 분무제 '스프라바토'(Spravato, 성분명: 에스케타민·esketamine)가 단독요법으로 사용 가능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1일(현지 시간),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 환자의 치료를 위한 단독요법으로 '스프라바토'를 허가했다. '스프라바토'는 그동안 경구제와 병용요법으로만 사용되었던 유일한 우울증 치료용 비강 분무제였는데, 이번 허가로 단독 요법으로서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이번 허가의 근거는 얀센이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이다. 해당 시험은 TRD 환자를 대상으로 '스프라바토'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만 실시된 연구다.
회사 측에 따르면, '스프라바토'는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등급 척도(MADRS) 기준 22.5%의 우울증 개선을 보인 반면, 위약은 7.6%에 그쳤다. 안전성은 경구용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할 때의 데이터와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프라바토'의 이번 적응증인 TRD은 기존의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 유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는 항우울제를 통해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TRD는 기존의 약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증상이 지속되곤 한다.
유전 및 환경적 요인, 뇌의 화학적 불균형 등이 TRD의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아직 명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스프라바토'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가운데 등장한 약물이다. '스프라바토'는 뇌의 수용체인 N-메틸-D-아스파르트산(NMDA)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킴으로서, 신경망의 활동 촉진을 통해 기분을 개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항우울 효과의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FDA는 지난 2019년 5월 TRD 치료에 대한 경구용 항우울제와의 병용요법으로서 '스프라바토'를 처음 허가한 바 있다.
이후 유럽 집행위원회(EC),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 캐나다 보건부, 중국 의약품감독관리국(NMPA) 등도 순차적으로 '스프라바토'를 허가했다.
'스프라바토', 동양인 대상 임상 실패 ... 유효성 의문 증폭
한편, '스프라바토'는 중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동양인 대상 치료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문은 국내에서도 나왔다.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 심의위원회는 2024년 2월 해당 3상 데이터를 토대로 '스프라바토'의 유지 및 추가 유효성 입증 필요성 자문에 대한 안건을 놓고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중앙약심은 당시 "한국인 대상 3상 임상이 필요하다"며 "필요할 경우 허가 취소나 판매 금지 같은 조치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