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한 번은 암을 겪는 시대다. 의학의 발달로 치료 성적은 향상됐지만, 환자들이 겪는 통증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한 번은 암을 겪는 시대다. 의학의 발달로 치료 성적은 향상됐지만, 환자들이 겪는 통증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많은 환자가 "암이니까 아픈 것은 당연하다"며 고통을 참지만, 전문가들은 통증 관리가 암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암성 통증, 암 자체보다 넓은 개념
암성 통증은 단순히 종양이 주변 조직이나 신경을 압박해 생기는 고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술 후유증, 항암 및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의 신경 손상, 장기 투병으로 인한 근골격계 통증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뼈로 암이 전이되면 움직이지 않아도 깊은 통증이 지속되며,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말초신경 손상은 "불에 타는 듯하다"거나 "자갈밭을 걷는 것 같다"는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기에 투병 중 느끼는 우울과 불안은 통증을 실제보다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통증 방치, 치료 효과 떨어뜨리는 원인
통증을 참고 견디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증이 지속되면 수면 장애와 식욕 저하가 뒤따르고, 이는 결국 체력과 면역력 감소로 이어져 암 치료 자체에 대한 내성을 떨어뜨린다.
보라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한가람 교수는 "통증은 단순히 편안함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의 일부"라며 "통증이 조절되어야 수면과 식사가 회복되고, 환자가 암 치료를 버틸 힘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약 아끼면 나중에 안 듣는다?"… 진통제에 대한 오해
환자들이 통증 치료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통제 내성과 중독에 대한 공포다. 그러나 통증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조절할수록 나중에 사용하는 약의 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통증을 오래 참을수록 신경이 예민해져 만성 통증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관리하에 사용하는 경우,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 위험 역시 극히 낮다. 치료 목적의 사용은 기분 전환을 위해 약을 찾는 '중독'과는 엄격히 구분되며, 적절한 용량 조절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현실적 치료 목표는 '일상의 회복'
통증 치료의 목표를 무리하게 '통증 수치 0'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 밤에 잠을 잘 수 있을 것, 둘째 가만히 있을 때 통증이 없을 것, 셋째 가벼운 일상생활을 통증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환자는 자신의 통증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통증의 위치, 0~10점 사이의 강도, 찌르거나 저리는 느낌 등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야 약물 치료나 신경차단술, 고주파 치료 등 환자에게 맞는 전략적인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김한가람 교수는 "아픔을 견디는 것이 용기가 아니며, 아파서 잠을 못 자거나 밥을 못 먹겠다는 말은 치료를 위한 중요한 정보"라며 "새로운 통증이 생겼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 전이나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