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소', 1977. 33.5x39cm, 종이에 먹, 색. /이응노미술관 제공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이자 동아시아 미술의 전환점이 됐던 이응노의 '시대의 서사'를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된다.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이응노미술관이 상설전 '시대와 함께한 예술가, 이응노'를 오는 12월 25일까지 연다.
이응노연구소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식민지 시기와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근대화와 세계화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이응노의 작품 속 역사 이야기에 주목한다.
상설전 '시대와 함께한 예술가, 이응노' 포스터. /이응노미술관 제공 미술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설전이 이응노 미술을 대표해 온 추상화에 주목해 왔다면, 이번 상설전은 이응노의 일생에 걸쳐 제작된 ‘동물화’, ‘풍경화’, ‘역사 서사화’, ‘서예’ 작품을 동시에 선보인다. 이러한 기획은 일반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응노 미술을 더욱 입체적으로 조망하게 하고, 그의 예술 세계에 한층 쉽게 다가가도록 목적을 두었다.
특히 미술관이 소장한 1977년 이응노의 ‘동물화’를 중심으로 작품에 담긴 해학적이고 유쾌한 면모를 소개한다.
이응노, '닭', 1977, 68x42.5cm, 종이에 먹, 색. /이응노미술관 제공 이응노 작가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글씨를 연구하고 따라 쓴(倣) 글귀가 적힌 세라믹 접시도 주목된다. 유족으로부터 기증 받은 이 접시의 글귀는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19세기 김정희의 작품과 비교·연구가 가능하다고 평가받는다.
이응노,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의 글씨를 방(倣)한 작품', 1980, 20.5x20.5x1.6cm, 세라믹 접시. /이응노미술관 제공 1980년에 제작된 이 접시는 이응노 특유의 서예를 담은 작품이다. 조선시대 서예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통해 명맥이 이어져 온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또 다른 작품으로는 프랑스 파리 아닉 르 므완(Annick Le Moine) 갤러리에서 열린 이응노 서예전 포스터가 있다. 이 포스터는 서예 전시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실험적인 형식을 통해 이응노 작품 세계의 확장된 면모를 보여준다.
포스터는 붓의 획(stroke), 먹의 울림(resonance), 신체의 움직임(movement)을 하나의 조형 언어로 통합함으로써, 이응노 추상미술의 근원으로서 ‘서예’를 조명하고자 했던 프랑스 현대미술의 시선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응노, '6.25 전쟁', 1950, 58.3×73.2cm, 종이에 먹, 색. /이응노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시대와 예술을 한데 놓고, 이응노의 예술적 궤적과 사유의 지평이 본격적으로 확장·전환되는 시기를 주목한다. 1910년대부터 1945년 해방 이전, 해방 이후부터 1958년 프랑스 이주 이전까지, 그리고 프랑스 체류 시기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이응노, '군상', 1985, 268x223cm, 종이에 먹, 종이에 먹. /이응노미술관 제공 조국의 독립을 향한 열망이 담긴 대나무 그림, 분단과 통일, 나아가 세계평화의 문제를 고민한 '군상' 연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이러한 이응노의 작품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그의 예술이 시대와 함께 양식과 주제를 확장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