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서영. /사진=KLPGA 공식 SNS
[Asports뉴스] 주지혜 기자 = "정말 인생 역전이 맞는 것 같다. 나에게 우승이라는 말은 항상 꿈같은 일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83번째 출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마서영(23·리쥬란)이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 막판 시드 유지마저 불안했던 그는 연장 승부 끝에 첫 우승 트로피와 거액의 상금을 거머쥐며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마서영은 지난 18일 경기 이천시 H1 클럽(파72·6953야드)에서 열린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총상금 15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4언더파 212타를 기록한 마서영은 성유진(대방건설)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2차전에서 파를 지키며 보기를 기록한 성유진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23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마서영은 83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상금 2억7000만원을 차지하며 2028시즌까지 정규투어 출전권도 확보했다.
마서영은 우승 직후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이 말 말고는 아무 생각이 안 든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우승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마서영은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1타를 줄여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정규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조에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그러나 우승 경쟁의 부담과 궂은 날씨가 겹치면서 샷이 흔들렸다.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를 범하며 1타를 잃었다. 이후에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보다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마서영은 "챔피언조에서 선두로 출발했지만 우승해야겠다는 마음은 아예 비우고 경기에 임했다"며 "전반에 샷이 생각보다 너무 안 풀려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기보다 위기가 오면 최대한 파로 막자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마서영. /사진=KLPGA 공식 SNS
그는 6번 홀부터 마지막 18번 홀까지 13개 홀 연속 파를 기록하며 버텼다. 한때 성유진에게 2타 차 선두를 내줬지만 성유진이 15번 홀과 16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다시 공동 선두에 올랐다.
연장 1차전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한 두 선수의 승부는 2차전에서 갈렸다. 마서영은 두 번째 샷을 홀에서 약 8.4m 떨어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파를 지켰다. 성유진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지나쳤고, 세 번째 샷도 길어 약 5.2m의 파 퍼트를 남겼다. 성유진의 파 퍼트가 홀을 벗어나면서 마서영의 우승이 확정됐다.
마서영은 경기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0번 홀을 꼽았다.
그는 "10번 홀에서 나무 밑에서 친 샷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이 나무 밑에 있었는데 운 좋게 핀이 보였다"며 "그때 '오늘 운이 좋은데?'라고 생각했고 좋은 경기력에도 영향을 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서는 "딱 하나를 뽑기 어려울 것 같다. 전반 내내 아찔했다"며 "티샷이 계속 생각했던 방향과 반대로 가서 오늘 샷은 왜 이러지 하는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마서영의 첫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던 시드 유지 부담 때문이다.
마서영은 대회 출전 전까지 시즌 상금 순위 56위에 머물렀다. KLPGA 정규투어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즌 상금 순위 60위 이내에 들어야 이듬해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대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상금 순위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우승상금 2억7000만원을 추가하면서 시즌 누적 상금 4억4233만8333원을 기록했다. 상금 순위는 56위에서 22위로 34계단 뛰어올랐다. 웰컴저축은행 대상포인트도 132점으로 30위에 올랐다.
마서영은 "남은 두 대회가 굉장히 중요하긴 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신경 쓴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샷 감도 좋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를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순위를 더 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게 흔들리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서영. /사진=KLPGA 공식 SNS
2023년 정규투어 신인으로 데뷔해 신인상 포인트 20위를 기록했던 마서영은 이후에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24년 KLPGA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7차전에서 우승한 경험은 있었지만 정규투어에서는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마서영은 스스로 골프에 대한 감각적인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연습량이 적지 않았지만 좀처럼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비교했을 때 내 연습량이 절대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잘 안될 때는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계속 연습했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잘 풀리지 않아서 '나는 확실히 감각적인 재능은 없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대신 지구력에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골프의 감각적인 재능보다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변화를 끌어낸 것은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한 체력 훈련이었다.
마서영은 "투어를 뛰어 보니 내 비거리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 시간씩 웨이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리가 자연스럽게 늘었고 아이언 거리도 늘면서 더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었다"며 "그린 적중률도 높아지고 좋은 상승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경험한 인라인스케이팅도 골프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마서영은 초등학생 시절 지역 인라인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며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균형을 잡는 훈련을 했기 때문에 밸런스가 좋은 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6시즌 K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마서영이 여섯 번째다. 임진영, 짜라위 분짠, 서교림, 장은수, 최예림에 이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마서영. /사진=KLPGA 공식 SNS
마서영은 자신의 우승이 오랫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정말 인생 역전이 맞는 것 같다. 나에게 우승이라는 말은 되게 멀게 느껴졌고 항상 꿈같은 일이었다"며 "우승을 계기로 열 단계 정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 플레이하고 경험해 봤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남은 시즌 목표도 밝혔다. 마서영은 "남은 두 대회에서 우승을 하나 더 추가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며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경기를 즐기면서 임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너무 쫓기면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골퍼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jihye@asportstv.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