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JTBC 박지성 해설위원. /사진=TBC
[Asports뉴스] 이진경 기자 = "저를 딱 1년 기용해 보십시오."
일본 축구 스타 혼다 게이스케(40)가 대표팀 감독직을 향해 공개적으로 손을 들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 뒤 모리야스 하지메(57) 감독 거취가 논의되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방식은 직설적이었다.
혼다는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일본축구협회(JFA)가 모리야스 감독에게 1년 연장안을 제시했다는 보도를 언급한 뒤 임시방편식 유임이라면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아시안컵에서 실패하면 이유를 묻지 말고 해임해도 좋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발언 자체는 논쟁적이다. 혼다는 일본 대표팀 감독 자격 요건으로 거론되는 JFA 프로 라이선스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대표팀 지휘 경험도 제한적이다. 캄보디아 대표팀 운영에 관여한 이력이 있지만 일본 대표팀 벤치를 맡기에는 제도와 절차의 벽이 남아 있다. 그래도 혼다의 선언은 가볍지 않다. 해설석에서 전술을 말한 레전드 스타가 직접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겠다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실패 가능성까지 떠안겠다는 태도다.
일본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F조를 1승2무 무패로 32강에 올랐다. 32강에서는 브라질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1-2로 역전패했지만, 실패로 보는 시선은 크지 않다. 모리야스 체제는 2022 카타르 대회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으면서 이번 대회 전 까지는 월드컵 우승을 외쳤다. 일본축구협회 안에서도 모리야스 감독 평가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혼다는 “후임을 찾지 못했다면 나를 써보라”며 스타 출신이 국가대표팀을 이끌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혼다는 국가대표 98경기 37골을 올린 일본 축구 전설이다. 월드컵 본선 3개 대회 연속골을 넣은 일본 최초 선수다. 아시아 선수로는 월드컵 본선 최다 골 기록도 갖고 있다. AC밀란(이탈리아), CSKA 모스크바(러시아) 등 유럽 빅리그부터 여러 리그를 경험했다. 대표팀 감독 도전 발언은 일본 축구가 스타 출신 지도자 활용을 어떻게 논의하는지 보여준다.
한국 축구로 눈을 돌리면 어떠한가.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은 대표팀 경기가 흔들릴 때마다 해설과 방송, 칼럼, 인터뷰에서 자주 소환된다. 말은 날카롭다. 유럽식 시스템, 유소년 구조, 지도자 철학, 협회 운영, 전술 문제까지 비평의 범위도 넓다. 문제는 이후에 있다. 한국 축구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팬들은 스타 출신들의 역할을 묻는다. 그러나 실제 프로팀 또는 대표팀 현장으로 향하는 길은 좀처럼 열지 않는다. 해설석에서 문제를 짚는 능력과 벤치에서 선수단을 책임지는 능력은 완전히 다르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가 낳은 가장 상징적인 전설적인 선수다. 이영표는 전술 해석과 구조 진단에서 날카로운 해설가이자 비평가다. 안정환은 대중성과 현장 감각을 모두 가진 월드컵 스타다. 세 사람 모두 한국 축구 담론에서 영향력이 적지 않다. 그래서 팬들은 이들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말의 무게만큼 현장 책임을 질 준비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KBS 이영표 해설위원. /사진=KBS
한국 축구 레전드들의 선택을 무작정 비난해서도 안 되고 어렵다. 지도자는 라이선스, 경험, 코칭 스태프 구성, 선수단 장악력, 운영 능력을 요구받는다. 스타 선수 경력이 곧 지도자 성공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문제는 인물 한 명의 진로보다 구조에 가깝다. 스타 출신이 은퇴 뒤 해설과 방송으로 향하는 길은 잘 닦여 있다. 행정직, 홍보대사, 기술 자문 역할도 비교적 자연스럽다. 반면 프로팀 코치, 유소년 책임자, 대표팀 스태프, 감독 후보로 이어지는 경로는 열려 있지 않다. 물론 현재 여러 비판을 받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 구조를 보면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레전드 선수 출신들을 현장에 투입해 검증하고, 실패를 견디게 하고, 다음 세대 지도자로 키우는 과정은 매우 부족하다. 혼다의 발언이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스타 출신이 공개적으로 “나를 시험하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스타 출신이 책임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 여전히 공석에 가깝다.
한국 축구는 홍명보호의 북중미 월드컵 실패 후 큰 내홍에 빠졌다.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감독 선임 절차, 협회 운영, 세대교체, 국제 경쟁력 등 모두 도마에 올랐다. 레전드 출신 해설위원들의 날카로운 말은 당장의 분노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스타 출신들이 당장 대표팀 감독을 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공개된 검증대다. 프로팀 코치직, 연령별 대표팀, 기술위원회 실무, 유소년 프로그램 책임자 등 실제 결과를 내야 하는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실패해도 평가받고, 다시 배우며, 지도자로 성장해야 한다.
혼다의 제안은 무모해 보일 수 있다. 자격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그래도 그는 국가대표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한국 축구 레전드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아쉬운 점이다. 비평은 충분히 들었다. 이제는 누가 현장에서 실패를 감당할 것인지 답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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