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정부의 난방 전기화 보급사업에 발맞춰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 제공)[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해외에서 생산하던 삼성전자의 히트펌프 보일러가 광주로 돌아와 연간 1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국내 난방 전기화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는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프리미엄 가전을 생산하며 축적한 제조 경쟁력에 글로벌 히트펌프 기술을 결합해 화석연료 중심의 국내 난방시장에 고효율 전기 난방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사업장 제2캠퍼스에 2132㎡ 규모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이달 19일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공정과 설비 안정성을 검증하고 완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오는 9월 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외 생산 국내로...연 10만대 공급 기반 갖췄다
이번 생산라인 구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리쇼어링'이다. 정부 난방 전기화 사업에 참여하는 히트펌프 제조사 가운데 해외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새로운 생산라인에서는 연간 10만대 이상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생산할 수 있다. 광주에서 생산한 제품은 전량 국내 시장에 공급한다.
완제품 조립만 국내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 생산과 제조공정 전반에서 국내 투입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협력회사와 연결되는 공급망이 확대되면 대기업의 생산시설 유치 효과가 부품업체와 지역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산기지로 광주사업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축적된 가전 제조 경쟁력이 자리한다. 이곳은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삼성전자의 주요 프리미엄 가전을 생산해온 핵심 제조거점으로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기존 가전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제조·품질관리 노하우를 히트펌프에 적용하면 개발과 제조, 품질 사이의 연결도 강화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의 요구를 제품에 빠르게 반영하는 데도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정부의 난방 전기화 보급사업에 발맞춰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 제공)전기 1로 열 5 가까이...화석연료 보일러와 다른 난방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자연 상태의 공기에서 열을 끌어와 전기에너지와 결합해 실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전기로 직접 열을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전열기기와 달리 외부의 열을 이동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35℃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 4.9를 구현한다. 소비하는 전기에너지 대비 5배에 가까운 열을 생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 효율이 100% 미만인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와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히트펌프의 장점이다.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난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추가로 줄일 여지도 커진다.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와 결합할 경우 활용 가능성은 더욱 넓어진다. 가정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히트펌프 구동에 사용하면 외부에서 구매하는 전력 사용량을 줄여 에너지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난방과 온수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전환하는 '난방 전기화'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제주서 1418가구 추가 공급...전국에서 한국형 히트펌프 검증
삼성전자는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동시에 실제 주거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제주도에서 진행된 난방 전기화 보급사업에 참여해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공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1418가구 규모의 2차 보급사업에도 참여해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다.
한국은 지역에 따라 겨울철 기온과 습도 등 기후 조건이 크게 다르고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주거 형태도 다양하다. 히트펌프가 국내 난방시장에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안정적인 난방과 온수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전국 단위의 실증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양평과 충주, 남해 등 실제 주거환경에서 EHS 히트펌프 보일러의 난방·온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검증하고 있다.
냉방·난방·온수, 시스템 하나로
삼성전자는 개별 히트펌프 보일러를 넘어 주택 에너지 시스템으로 활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제주도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물산 주거연구소에서는 냉방과 난방, 온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EHS 올인원' 솔루션을 실증하고 있다.
단독주택뿐 아니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함께 검증한다. 다양한 주거 형태에서 냉난방과 온수 설비를 하나의 고효율 전기 시스템으로 묶을 수 있다면 국내 히트펌프 시장의 적용 영역 역시 넓어질 수 있다.
광주 생산라인 구축과 전국 실증은 삼성전자가 국내 히트펌프 사업에서 생산과 제품 개발, 현장 검증을 연결하는 구조를 갖춘다는 의미도 갖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히트펌프 기술에 국내 가전 제조·서비스 경쟁력을 결합해 한국의 기후와 주거환경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임성택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히트펌프 제품의 국내 생산 체제 구축으로 난방 전기화 추세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히트펌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히트펌프 기술력과 국내 제조·서비스 경쟁력을 결합해 한국 주거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지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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