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헬스코리아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의약품까지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겉으로는 관세 이야기지만, 이번 조치의 본질은 관세율 그 자체가 아니다. 반도체 사례에서 확인됐듯, 미국의 통상 전략은 이제 '전면 압박 후 선별 적용', 그리고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정교화되고 있다. 의약품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200~300% 관세는 현실 앞에서 25%로 낮아졌다. 대신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데이터센터, R&D, 유지·보수용 물량은 면제했다. 이는 미국이 관세를 산업 보호의 상징이 아닌, 자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정 장치로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약품 232조 조사 종료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브랜드 의약품 100% 관세는 '결론'이 아니라 '압박의 언어'에 가깝다. 실제로 미국은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대신 '약가 인하'와 '미국 내 투자 확대'라는 실질적 양보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관세 유예를 조건으로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점은, 관세가 협상의 출발점일 뿐 최종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안이하게 대응할 여지는 거의 없다. 관세·약가·투자를 묶은 복합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
먼저, 제품과 사업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네릭과 필수의약품,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통상 전략상 보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가 브랜드 의약품, 혁신 신약은 압박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자사 파이프라인이 '협상 카드'가 될 영역인지,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영역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미국 내 생산·투자 전략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관세 회피 수단으로서의 현지 생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협상 조건이 되고 있다. 단독 진출이 어렵다면 CMO·CDMO 협력, 합작법인(JV) 등 다양한 방식의 우회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분리하되, 전략은 공유해야 한다. 개별 기업이 미국 정부와 맞서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는 제네릭·바이오시밀러의 공급 안정성과 공공성을 통상 논리로 설명하고, 기업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 능력이라는 실질적 무기를 제시해야 한다. 통상은 외교이지만, 관세의 성패는 결국 산업 경쟁력에서 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 관세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사용될 정책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관세를 전제로 한 사업 구조 재설계다. 반도체가 그랬듯, 의약품 역시 결국은 숫자가 아니라 전략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이 흐름을 위기로만 볼지, 재편의 기회로 삼을지는 지금의 준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