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Biosecurity Act)에 서명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표면적으로는 중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중심의 바이오 공급망 재편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변화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여파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제약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기회와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맞닥뜨리게 된다. 준비 없는 낙관은 금물이다.
중국 견제, 다음은 '동맹국의 선택'
이번 생물보안법은 단순한 산업 규제가 아니다. 미국은 바이오·의약 산업을 국가 안보의 핵심 영역으로 규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만을 공급망 안에 두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곧 "중국을 배제한 뒤,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분명 잠재적 대체 공급자로 거론될 수 있다. 이미 한국은 CDMO, 바이오시밀러, 임상·품질 관리 역량에서 국제적 신뢰를 쌓아왔다. 그러나 미국의 선택은 자동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술력·투명성·공급망 독립성이 동시에 검증돼야 한다.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리스크가 되는 시대
그동안 많은 한국 제약기업은 원료의약품(API), 중간재, 임상 시험, 생산 공정 일부를 중국에 의존해 왔다.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합리적 선택이었지만, 이제 그 구조 자체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일수록 △중국 기업과의 합작 구조 △중국산 원료 의존도 △중국 내 생산·임상 데이터 활용 등이 규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해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안보의 기준은 법보다 앞서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 제약업계의 대응, 세 가지 방향
첫째, 공급망의 탈중국화와 투명성 강화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원료, 생산, 데이터 관리 전반에서 출처와 과정이 명확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비용 증가를 동반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험료'에 가깝다.
둘째, 미국 중심의 현지화 전략 가속화다. 현지 생산, 현지 임상, 현지 파트너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이다. 단순 수출 기업과 미국 산업 생태계의 일원으로 편입된 기업은 규제 환경이 바뀔 때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
셋째, 기술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바이오시밀러와 CDMO는 강점이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과 혁신 파이프라인이다. 신약, 플랫폼 기술, 차세대 모달리티에서의 존재감이 곧 협상력이 된다.
정부와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번 생물보안법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외교·통상·산업 정책을 연계해 한국 제약산업의 '신뢰 국가' 포지션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들은 단기 매출보다 장기 생존 전략을 우선시해야 한다.
위기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중국을 겨냥했지만, 그 파장은 한국 제약산업의 선택을 요구하는 신호다. 지금의 대응이 향후 10년, 한국의 제약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설지, 주변부에 머물지를 가를 것이다.
우물 밖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이제 한국이 답해야 할 차례다.
"우리는 어떤 파트너가 될 것인가."